워해머(Warhammer) 전문 채널 미스타로빈과 트랜스미디어
유튜브에는 게임 리뷰를 전문적으로 하는 채널도 많고,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는 채널도 많다. 또 게임 관련 소식을 전해주는 채널이나 특정 게임의 공략을 알려주는 채널 또한 있다. 아마 정보의 양으로 따진다면 이미 게임전문방송인 온게임넷을 넘어서지 않았나 싶다.
특정 게임을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영상은 주로 유튜버가 좋아하는 게임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레전설(레전드+전설)이 되어버린 프로게이머들이 자주 하는 스타크래프트와 롤, 오버워치 등의 유명 게임부터 고오급 레스토랑(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플레이와 정보를 알려주는 채널 <빡겜러>나 본격 유다희(You died)양과의 연애시뮬레이션 다크소울과 일명 소울라이크(Soullike)류의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는 <보얀> 등의 게임 채널까지 특정 게임의 플레이, 공략, 세계관 소개 등을 중심으로 하여 게임 채널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워해머’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 채널이 있다.
워해머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 채널은 바로 <미스타로빈>이란 채널이다. 이 채널은 워해머 게임 저장소이자 워해머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기치로 2011년에 만들어진 채널이다. 이 채널에서는 워해머에 관한 소개와 게임 경기 영상, 플레이 영상 등이 있다. 이곳은 한국에서 비주류 게임인 워해머 시리즈의 최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채널에서는 오리지널 워해머 게임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워해머라는 거대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워해머는 본래 영국의 유명 게임 퍼블리셔인 게임즈 워크숍(Games Workshop)에서 발매한 미니어처 게임이다. 워해머는 크게 판타지 세계관을 다룬 워해머 판타지와 SF 장르인 워해머 40K가 있다. 워해머 40K는 판타지 버전인 ‘워해머 판타지’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서기 4만년 대를 다루는 SF 게임이다. 미니어처 게임은 미니어처, 정확히 말해서 병사 및 병기의 작은 모형을 놓고 벌이는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현대의 컴퓨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원시적인 형태로 그들의 시조쯤 된다.
워해머 40K 초기에는 형님 격인 ‘워해머 판타지’ 세계관과의 연계를 의도했으나(현재 판타지에만 존재하는 종족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었고, 4대 악신의 명칭과 속성까지 같았다) 점차 두 세계의 연계성을 포기하면서 현재는 완전히 독자적인 세계관이 되었다. 게임의 전체적인 세계관을 구성하는 각 세력의 유닛 및 아미와 배경에 대한 설정이 방대하기로 유명하다.
1983년부터 시작되어 2018년 기준으로 35주년을 맞이하였으며, 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즐긴 플레이어들이 많아 그들이 성장한 이후 각종 게임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 등등에게 모티브를 제공한 원천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력 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에게 친숙한 워크래프트다.
워크래프트(Warcraft)의 오크는 곰팡이에서 가져왔다고?
블리자드 사에서 만들어진 워크래프트란 게임을 아시는가? 아마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안 해봤더라고 하더라도 무엇인지 알 것이다.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지 않거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이야기를 들어보았거나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통해 알아보기도 하였을 것이다. 워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오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확장하여 호드(오크, 타우렌, 트롤 등의 연합)와 얼라이언스(인간, 드워프, 노옴, 하이엘프) 사이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차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골자로 한다.
워크래프트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고, 갑자기 워해머 이야기를 하면서 왜 워크래프트의 이야기를 하고 앉았냐고 물어본다면, 워크래프트가 워해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또 블리자드를 사랑하는 한국에서 워크래프트는 잘 알려진 게임이자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이지만 그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워해머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워크래프트의 주요 종족인 오크의 외형과 설정들이 워해머에서 많이 비롯되었다. 오크의 원전은 톨킨의 세계관에서 시작됐지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오크의 이미지인 녹색 피부, 인간에 비해 우월한 강력한 신체능력, 전쟁 그 자체를 광적으로 즐기는 맛이 간 집단 이미지는 워해머에서 구축된 것이다. 지금에서야 워크래프트의 오크는 다양한 색이지만 <워크래프트 1>에서 녹색 오크는 워해머의 오크를 차용해온 것이다. 실제로 워크래프트 개발 당시 앨런 애드햄은 브랜드 인지도를 통한 판매량 촉진을 위해 워해머 판타지의 판권을 사는 것을 고려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워해머의 오크는 재미있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녹색 곰팡이’라는 설정이다. 워해머의 오크들은 포자를 뿌리는 무성생식을 통해 태어나며, 그렇기 때문에 이 녹색 곰팡이들은 무서운 번식과 성장 속도를 가지고 전 세계와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민폐를 끼치는 종족들이다. 이들은 오크어로 전쟁을 뜻함과 특유의 에너지인 ‘WAAAGH’를 외치며 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끼어들어 분탕질을 치는 유쾌하고 징그러운 종족이다. 그리고 이 워해머의 오크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으로 넘어가서 힘과 명예를 중시하는 유성생식하는 외계종족 오크가 된다.
사랑스런 녹색 친구 오크의 이야기에서 돌아와서 워해머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워해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니어처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미니어처 게임이 가지는 엄청난 진입장벽이다. 먼저 엄청난 돈이 깨진다.
일단 게임즈 워크숍은 엄청난 가격에 미니어처를 판매하는데 가장 작은 아미를 짜는데 30~40만 원선의 비용이 지출된다. 비싼 미니어처 같은 경우에는 개당 6만 원 정도에 비용이 소비된다. 거기다가 게임을 위한 미니어처는 조립과 도색을 필요로 하고 있고,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룰북과 테이블 혹은 지정된 크기의 보드 위에 전용 지형 모델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가 아마 우리나라에서 워해머가 흥행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나조차 워해머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도저히 미니어처 게임에 입문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미니어처 하나 사서 장식장에 진열하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마음뿐이다.
워해머는 그 시리즈가 35년이 된 만큼 그 세계관의 깊이와 특유의 희망도 절망도 없는 치유물(치명적 유해물)로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오래된 만큼 세계적으로 골수팬들이 많지만,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뉴비들의 유입은 적은 편이다. 속칭 고이다 못해 썩은 물이다. 그래서 워해머는 좀 더 진입장벽이 낮은 미디어 환경으로 분화되어 진다. 마치 마블 코믹스의 방대한 세계관과 콘텐츠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통해 큰 흥행을 이루듯이 말이다. 워해머는 처음에는 미니어처 게임에 국한되었지만 방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트랜스미디어가 된 것이다.
트랜스미디어(transmedia)는 ‘넘어서, 횡단해, 꿰뚫어, 지나서, 완전히, 다른 쪽으로, 초월해, ~의 저편의’라는 뜻을 가진 트랜스와 미디어가 붙은 합성어로, ‘미디어를 넘어선, 초월한, 횡단하는, 가로지르는 미디어’를 뜻한다. 즉 콘텐츠가 다른 미디어로 전이되고, 넘나들며 가로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트랜스미디어가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가 다른 미디어 환경으로 옮겨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캐이시 허드슨(Casey Hudson)이 2010년 KGC에서 말 했듯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적인 미디어(The Old World)가 각각의 플랫폼에서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콘텐츠로만 존재하다면 트랜스미디어(The New World)는 각각의 플랫폼에서 개별적인 콘텐츠로서 그 역할을 하나 그와 동시의 각각의 콘텐츠들이 모여 또 하나의 거대한 콘텐츠를 이루는 것이 바로 트랜스미디어이다. 즉, 과거에는 영화면 영화, 애니메이션이면 애니메이션마다 그 스스로 완결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문화 콘텐츠(다른 미디어)와 연계성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문화 콘텐츠는 다른 미디어와의 깊은 연계성을 가지고 확장되어진다.
김희경(2015)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4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⓵확장성 ⓶참여와 공유 ⓷탈중심성과 열린 구조 ⓸세계구축이다. 먼저 확장성이란 미디어의 확장을 의미하는 외연의 확장과 스토리의 확장을 의미하는 내연의 확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외연의 확장이란 다른 미디어로의 전이와 확장을 의미하며, 내연의 확장은 OSMU(One Source Multi Use)와 달리 다른 미디어로 이동을 하면서 원천 자료와 동일한 스토리가 아닌 확장이 일어남을 뜻한다. 또한 두 번째 특징인 참여와 공유는 수용자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고 공유하는 방식을 일컫는데 이것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탈중심성과 열린 구조라는 특징은 확장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에서는 다양한 진입 접점을 통해 이야기가 확대되고 있어 어떤 미디어를 통하더라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중심 미디어나 콘텐츠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네 번째 특징인 세계 구축은 미디어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하나로 묶기 위한 것으로, 각각의 개별적인 미디어를 긴밀하게 연관지어주는 세계의 구축을 의미한다. 즉 “의미적인 측면에서 세계 구축은 개별 콘텐츠의 내용을 포괄하는 더 큰 콘텐츠”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워해머는 트랜스미디어로 진화하기에 적합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워해머 판타지, 워해머40K 모두 세계관이 탄탄하고 수많은 팬덤으로 인해 만들어진 2차 창작물들이 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게임즈 워크숍에서 룰북을 개정할 때마다 세계관의 리부트 및 재정립이 됨으로써 통일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워해머 시리즈는 수많은 미디어를 넘나 들어 확장된다. PC게임(RTS, FPS, RPG)은 물론 출판, 영화, 보드 게임 등 50여 가지의 콘텐츠가 제작된 것이다.
그러한 의미로 보았을 때 유튜브채널 미스타로빈은 하나의 게임을 소개하는 채널이라기보다 방대한 트랜스미디어 세계관을 소개하는 것이다. 물론 미스타로빈이 처음 워해머를 접하게 된 워해머 게임 시리즈인 <던오브워(Dawn of war)>를 중심으로 경기 영상 및 플레이 영상을 올리지만 그 외에 너무나 방대하여 접근하기 어려운 워해머의 세계관과 종족을 소개하고 워해머 시리즈의 다양한 게임들을 소개하고 있다.
워해머 콘텐츠는 매해 다양한 형식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제 워해머 세계관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형식을 찾아 소비할 수 있을 정도이다. 만약 당신이 희망도 절망도 없는 딥다크 판타지와 게임을 좋아한다면 워해머 콘텐츠를 추천한다. 나는 게임하는 것보다 세계관 덕후인지라 세계관 찾아보고 종족 특징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늘날은 트랜스미디어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콘텐츠가 실제 트랜스미디어에 속하느냐, OSMU에 불과하느냐부터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적어도 우리의 삶과 문화콘텐츠가 미디어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트랜스미디어시대의 살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흥행을 위한 수단이다. 사람들은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며 유영한다.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믿는 순간 모든 세상의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세계관 속에 빠져드는 순간 사람들은 그 세계관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거대한 세계관 속으로 몰입한다. 그것이 바로 트랜스미디어의 힘이다. 거기다 각각의 분화된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방식으로 장르적 분화는 콘텐츠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람들이 서서히 세계관 속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러한 트랜스미디어의 힘은 새로운 파생상품과 흥행을 추동한다. 제대로 자리만 안착할 수 있다면 거대한 세계관에서 비롯한 스토리텔링을 무기로 거대 문화 플랫폼이 완성되는 것이다.
재미난 점은 이 트랜스미디어의 힘이 단순히 문화콘텐츠의 영역에 국한된 것은 아니란 점이다. 다양한 상품과 기업뿐 아니라 사회적 운동이나 치 까지 이제 트랜스미디어가 가지는 힘을 이용하고 있다. 세계관을 형성하고, 사람들이 유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며, 참여하도록 한다. 그리고 파생 상품과 스토리텔링이 자발적으로 생산되도록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물들이 자신들의 세계 속에서 유통되도록 한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 플랫폼을 독점한다. 사람들은 그 플랫폼에 상주하며 미디어를 넘나들게 된다. 그리고 점차 그 세계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트랜스미디어의 힘이다. 개인적으론 어떤 것이든 간에 몰입은 하되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