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국 마늘 Nov 29. 2023

다시 생긴 면접 기회

영국 취업 도전기

A사 면접에서 떨어지고 난 뒤, 루크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컬리지 연락해 봤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답답했지만, 선뜻 연락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루크에게 연락처를 받았다며, 리버티라는 다른 리크루터가 연락해 왔다. 하지만 2~3주에 걸쳐 리버티가 소개해 준 자리들은 전혀 면접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어렴풋이 깨달았다. 루크가 유능한 리크루터였다는 것을.


루크가 소개해 준 자리들은 다 면접으로 이어졌었다. 루크는 어느 정도 자리를 성사시킨 다음, 나에게 얘기를 꺼낸 것일 수도 있다. 순서가 어떠했든, 루크는 회사에서 나에게 호감을 가지게끔 잘 얘기했던 것이 분명하다.


반면에 다른 리크루터들은 성의가 없었다. 한두 번 찔러보듯이 연락해 보고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거나, 자료를 보내 준다고 해 놓고 보내 주지 않는 식이었다. 루크의 소개로 연락해 온 리크루터들은 성의가 없지는 않았지만, 회사에 나를 적절히 어필하지 못하는 듯했다.


리크루터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한편, 개인적으로도 이력서를 꾸준히 넣었다. 하지만 연락 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실망한 나를 남편이 다독였다.


"11월부터 연말 준비하느라, 새로운 사람을 뽑지 않는 곳이 많아. 1월부터 다시 뽑는 데가 많아질 거야."


이에 잠시 구직을 접고,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 원래부터 경영 회계사 시험(CIMA)을 준비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생각지 못하게 리크루터의 연락을 받고, 적극적으로 취업을 고려했던 것이다.


영국에서 회계사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협회에 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회원으로 등록해야 해당 시험을 볼 수  있는데, 그 등록 비용과 회원비가 꽤 비싸다. 거기에 교재와 강의 및 시험비까지 더하면 공부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영국 경영 회계사 시험(CIMA)은 취업 후, 회사의 지원을 받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공부를 서포트 해주는 곳에, 취업을 먼저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며, 그런 서포트는 받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그런 서포트는 그 사람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될 자원이라 보고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을 갓 졸업한 경우나 회계 쪽에서 일을 해 온, 나이가 많지 않은 이들을 선호했다.


물론 한 회사에서 일정 기간 일하다 보면,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마흔이 넘은 나이를 고려할 때, 하루라도 빨리 자격증을 따는 게 나았다. 취업만 준비하며 공부를 미룰 수는 없었다.


이런 생각 끝에, 해당 교재를 구입하고 온라인 강의에도 등록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찰나, 루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전에 얘기했던 사립학교인데, 단기직이야. 하지만 잘 되면 장기직이 될 가능성도 있어. 해볼 테야?"


역시나 유능한 루크.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면접 날짜를 잡아 왔다.



작가의 이전글 이번 요리 시험도 통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