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찍 가야지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차도 렌터카라 운전이 낯선데(며칠 전, 사고로 자차가 수리에 들어가, 대신 받은 렌터카), 비까지 쏟아진다.
'어이구, 차까지 막히네.'
날씨 탓인지, 컬리지 들어가는 도로가 조금 막혔다. 평소엔 꽤 여유로운 컬리지 후문 주차장도 그날따라왜 그리 붐비는지.
'아, 진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밀려드는 차량을 피해 어찌어찌 후문 주차장을 벗어났다. 다시 대로로 나와 이번엔 컬리지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 주차장은 여러 작은 주차장과 큰 주차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큰 주차장은 컬리지 건물에서 제법 떨어져 있다. 작은 주차장에는 역시 자리가 없었다. 돌고 돌아 컬리지 건물에서 제일 먼 주차장에 당첨. 그동안 이렇게 주차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는데.. 덕분에 지각이다!
요리 수업은 2, 3주에 한 번 실기 시험을 본다. 실기 시험에서는 수업 시간에 배운 요리를 재현 및 근사한 플레이팅까지 해야 한다.
실기 시험이 유독 김장되는 이유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하루를 할애해 재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요리 과정이 보통 4~5시간 걸리기 때문에, 시험에 떨어졌다 해도 바로 재시험을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늦어서 초조한 마음만큼 바쁜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실습생들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그 모습을 보니, 이미 급한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허둥지둥 필요한 그릇들과 요리 도구들을 실습 테이블로 날랐다.
실습 테이블에는 오븐, 냉장고, 가스레인지, 싱크 등이 구비되어 개인별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별도의 공간에 냄비, 팬, 오븐 제품들 및 조리 도구들이 다양한 사이즈로 구비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잘 갖춰진 실습실 환경에 감탄했었는데, 1년 가까이 지낸 지금은 모든 것이 당연해졌다.
얼추 세팅을 마친 뒤, 서둘러 조리를 시작했다. 이번 주는 닭고기 요리가 시험 과제다. 닭을 소분한 뒤, 와인과 스톡을 활용한 소스에 넣고 오븐에 구워내는 코코뱅(Coq au vin), 통치킨 오븐 구이, 슈프림 소스에 곁들어 내는 치킨 닭가슴살 요리, 이렇게 세 가지를 만들어야 했다.
정말 모든 게 연습이다 싶은 건, 이렇게 생소한 요리들을 이젠 제법 그럴싸하게 플레이팅 해 낸다는 것이다. 한 번씩 열심히 요리해 낸 음식이 근사해 보일 때면, 그만큼 조금씩 몽글몽글 자신감도 커진다.
요리 솜씨도, 자신감도, 처음 영국에 왔던 5년 전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일취월장이다.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까짓것 만들어 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보관하는 지도 잘 몰라 애를 먹었는데.
한동안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싶었던 전문 요리사 자격증 과정이었다(현재 전문 요리사 자격증 과정은 레벨 2로, 1년 과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한 스스로의 모습이 보이니, 다음 과정(레벨 3)에 욕심이 생긴다.
코코뱅(Coq au vin)과 통치킨 매듭을 주중에 집에서 연습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덕분에 통치킨을 뚝딱 구워내고, 코코뱅도 수월히 완성했다.
통치킨 조리 전에 닭발 손질을 안 한 거나, 코코뱅 소스 재료를 하나 빼먹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진땀 나는 일이다. 다행히 금세 수습이 가능했고, 선생님도 봐주셨다. 물론 바로 다시 완성된 음식을 제출할 수 있었기에, 넘어갈 수 있었던 실수들이었다.
마지막으로 걱정했던 슈프림 소스 요리까지, 선생님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만세!
코코뱅(Coq au vin)
통치킨 오븐 구이
슈프림 소스를 곁들인 닭가슴상 요리
나중에 닭발을 안 자른 실수를 이야기하자 다른 실습생들이 빵빵 터진다. 그만큼 작지만 어이없는 실수였다. 이 허당끼를 어찌하면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