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밍웨이 Mar 20. 2024

이렇게 하루가 또 갔다.

아침에 눈을 뜨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씻지도 않고 바로 옷을 갈아입는다.

조깅을 꾸역꾸역 하고 들어와 샤워를 한다.

식구들이 일어나는 시간에 맞추어 안방으로 향한다.

늦잠꾸러기 딸을 조심스레 깨우고 화장실로 가서 씻으라고 부추긴다.

다들 씻고 준비할 때 아침을 준비한다.

딸에겐 우유와 시리얼, 아내에겐 사과 슬라이스에 올리브유 뿌리고 땅콩버터를 옆에 놓은 접시 그리고 간에 좋은 영양제와 유산균.

다들 준비하는 동안 딸의 책가방 준비와 텀블러에 물을 담는다.

아내 안경을 세제와 물로 닦고 안경집에 넣은 후 출근 가방에 담는다.

딸이 나오면 옷을 입혀준다.

아내가 나오면 양말을 신겨주고 고생할 발을 주물러준다.

다들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어제저녁 식기세척기에서 세척된 식기들을 정리한다.

그렇게 아침 등교와 출근준비가 되었다.

셋이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내는 걸어서 15분 거리 회사로 출근을 하고 

딸과 나는 걸어서 5분 거리 학교로 등교한다.

학교 근처 횡단보도에서 딸은 친구들을 만나 내 옆을 떠나 그 친구들과 간다.

학교까지 뒤따라가고 아무 말 없이 그녀가 학교 앞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고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식구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난 그릇을 정리하고 대충 집안 정리를 한다. 

청소기를 돌리거나 날씨가 좋으면 환기를 시킨다.

이제 오전 집안일을 마쳤다.

집이 조용하다.

난 일을 해야 하는데 이제 집안일 말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도 의욕도 나지 않는다.

어떤 걸 해볼까 어떤 물건을 팔아볼까 하고 찾아보면 벌써 12시.

점심 먹는 걸 깜빡할 때가 많다.

슬슬 딸을 데일러 갈 준비를 해야 한다.

12시 30분 딸을 데리러 간다. 

일찍 끝나는 날 30분 정도 학교 운동장에서 딸은 신나게 논다.

난 기다린다.

시간이 되면 데리고 영어학원에 데려다준다.

어영부영 이것저것 찾아보고 뭐를 좀 보다 보면 50분이 훌쩍 지나간다.

딸이 집에 오면 얼굴을 구겨 억지로 웃으며 맞이한다. 

50분 정도 쉬고 다시 딸과 함께 피아노 학원으로 향한다. 

데려다주고 난 다시 집에 돌아온다.

40분 후 다시 피아노 학원에 데리러 나간다.

피아노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딸은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한다.

한 시간 노는 동안 난 놀이터 벤치에 앉아 다시 기다린다.

어느덧 저녁 6시

밥을 한다. 식사를 차린다.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는다.

다들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그 사이 난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다. 다시 설거지 거리들을 식기세척기에 올려놓는다.

잠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아내와 차 한잔 한다.

고생한 아내에게 힘든 하루에 대한 위로를 해주고 싶은데..... 왜 내가 더 힘든 그같은지 모르겠다.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회사 가서 일하고 집에 와서 푹 쉬고 놀고 하면 떳떳할 텐데... 떳떳하지 않은 지금 내 신세에 차를 마시며 아내의 얼굴을 볼 낯이 없다.

아이를 씻기고 눕히고 재운다.

난 다시 나의 방으로 돌아가 불을 끄고 눕는다.

눈물이 핑돌지만 흘리지 않는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밖을 보니 야경이 있다. 

하루 중 제일 의미 없고 우울한 시간이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또 의미 없이 소중함 없이 나를 위함 없이 그냥 흘러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 요즘 뭐 하고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