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당근을 좀 하고 있다.
활발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몇 가지 이유는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집안 정리를 하다가 이제 많이 쓰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가격이 싼 거부터 좀 비싼 거 까지 나에겐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정리하기로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돈이 좀 필요했다. 돈을 좀 모아서 아내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물론 일하는 게 제일 빠르지만 학원을 여기저기 다니고 수시로 봐줘야 하는 1학년 자녀가 있는 아빠는 당장 오전 2~3시간짜리 일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이것저것 정리하며 간간이 나오는 쇼핑몰 수입을 모아 이번 결혼 10주년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엄청 모양새 빠지고 보기에 뭔가 좋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
아무튼 그래서 당근을 하게 되었다.
최근 당근을 하게 된 아이템들이다.
안 쓰고 있던 선글라스
아이 커버려서 필요 없게 된 카시트
어디서 나온 지 모르겠는 블라인드
아이가 쓰던 보행기튜브
왜 샀는지 모르는 카트
누가 준건지 모르겠는 스니커즈
밤에 무섭다고 무드등 사달라고 해서 샀는데 무드등을 켜도 무서워해서 팔게 된 무드등
한때 인형 뽑기에 미처서 계속 한 종류만 뽑은 쵸파인형
더 이상 책을 가까이하지 않아 팔게 되는 유아 책꽂이
어느새 옷걸이가 된 실내 자전거
등등
이렇게 열심히 팔았다.
팔다 보면 꽤 괜찮은 점이 있긴 있다.
집에서만 있는 나에게 사람을 만나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 사회생활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나에게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 그리고 엄청 짧은 만남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었다.
내고하고 시간약속 잡고 판매를 하기 위해 채팅이 오면 설명도 잘하고 뭔가 영업 느낌도 나면서 좋았다.
난 이렇게 영업이 잘 맞긴 하나보다.
보통 큰 거 또는 이전에 아내와의 공동생활비로 산 부분은 다시 아내에게 보내주고 나는 소액 또는 내 돈 주고 산 내 물품에 대한 값은 내가 챙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젯밤 이상하게 컴퓨터 파워서플라이 쪽에서 드르륵 하면서 소리가 났다.
나는 pc 전문가답게 문제와 원인을 확인하였고 결론을 도출했다.
고칠 수 없다.
너무 오래 사용했다.
'그냥 소리 내면서 부품이 탈 때까지 쓰자'라고 생각하고 다시 조립 후 컴퓨터를 켰다.
갑자기 전기가 '따다닥' 튀는 소리가 들리더니 화면이 깜빡이고 동작했다.
뭔가 전기 튀는 소리 '탁탁' 소리가 계속 들렸다.
너무 불안해서 컴퓨터 전원을 아예 끄고 바로 인터넷에 들어가 파워서플라이를 새로 구매했다.
더불어 과전압 방지 멀티탭도 구매했다.
그렇게 난 이제까지 당근 했던 10만 원을 모두 다 써버렸다.
결혼기념일 전에........... 새벽에 쿠팡이라도 뛰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