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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약사 Feb 12. 2024

두 가지 비극 말고 행복 2

나의 폰 바탕화면에는 폴더 하나가 있다.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금융 앱이 존재한다.

현재 바로 유동 가능한 현금이 있는 앱

시간이라는 자원과 함께 오르락내리락하며 매일 숫자가 달라지는 앱

크게 이 두 가지로 구분 가능하다.

한 번씩 나는 엄지손가락을 앱에 갖다 대며 숫자를 확인하곤 한다.

이런 버릇이 생긴 것은 내가 근로소득으로 1억을 모았을 때부터였다.

근무약사를 시작하고 2년 만에 모은 금액이었기에 뿌듯함 그 자체였다.

'억'이라는 단위를 처음 접한 나는 '이제부터 인생이 바뀌겠구나!' 하며 부푼 꿈을 꾸었다. 하지만 삶이 달라지는 게 어디 쉽겠는가.

'1억을 모으면 인생이 바뀐다'

'1억만 있으면 됩니다. 이제 저축 안 해도 돼요.'

내가 1억을 모으고 난 이후 유독 SNS에서 이런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인생이 바뀌긴커녕 내가 모은 이 돈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건지 오히려 막막했다.

투자에 대한 경험도 전무했기에 섣불리 무엇을 하긴 겁이 났다.

그렇다고 안전하게 예금에만 넣는 것은 더 아까웠다.

당시 코로나가 막 터져서 예금금리도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빨리 이 돈을 제대로 굴려야 할 것만 같은 조급함이 몰려왔다.

어느 순간부터 목표로 했던 통장 잔고가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목표로 했던 것을 손에 쥐었을 때 예상치 못한 나의 반응은 비극에 가까웠다.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돈을 생각하기만 해도
다른 사람을 덜 도우려 하고,
 남의 도움 또한 받지 않으려고 한다.
돈의 존재감이 커지는 만큼
사람의 존재감은 작아졌다.
- 행복의 기원 중에서


최근 읽었던 책 행복의 기원에서 감명 깊게 본 문장이다.

한 실험에서 돈을 생각만 하더라도 사람의 뇌는 사회적인 영역이 점차 마비된다고 한다. 이 당시를 회상하면 나도 돈에 집착했던 것 같다.

내 삶에서 억 단위의 돈을 모았다는 만족감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그 돈을 다룰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는 현실이 내게 착잡하기만 했다.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가려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난 그저 더 높은 숫자만을 원하는 근시안적인 사람이 돼가고 있었다.

난 근검절약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랐기에 돈이란 내게 모으는 대상이었다.

그 덕분에 돈을 빨리 모을 수가 있었다. ​

소비를 하는 것보단 모으는 것이 즐거웠고 그렇게 하다 보니 모인 것이었다.

하지만 돈을 모은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점차 시간이 흘러 내가 돈을 벌면서부터 '검소함'이 강박처럼 느껴졌다.

음식점에 가서 가격 때문에 메뉴를 고를 때 고민을 많이 한다거나

집에 있을 때 물을 아끼기 위해 바가지에 물을 받거나 전기를 아끼기 위해 스위치를 사수하는 등

이렇게 일상에서 여러 상황을 마주했다.

물론 아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좀 피곤한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래서 나에게 물었다.

앞으로 돈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말이다.

난 철저하게 돈을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도구로만 대할 것이다. ​

돈은 모으기만 하는 수집품이 아니라 필요할 때 쓰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

모으는 동시에 투자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

1억이라는 숫자만을 목표해서 돈을 모았을 땐 해냈다는 성취감 덕분에 만족감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속 가능한 행복은 아니었다.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다.

내 일상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함께 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감칠맛 나는 주제로 대화할 때인 것 같다.

부와 명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언제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그들의 답이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결국엔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으며, 그와 대화하면서 존재 가치가 빛을 바란다. 더불어 우리 눈과 코, 입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러한 순간을 내가 가지고 싶을 때 가질 수 있도록 돈을 벌고 모으며 불리고 쓰면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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