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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약사 Nov 24. 2024

당당약사 강연장에 오르다

인천광역시청 제1형 당뇨 환자 및 가족 맞춤형 컨설팅


올해 7월 무더운 여름에 평소 잘 사용하지도 않는 네이버 톡으로 연락이 왔다.

나에게 강연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처음에 이 제안을 받았을 때는 긴가민가했다.


'나에게 강연 제안이 오다니..?'

'그런데 인천은 너무 먼데..'

'내가 강연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후.. 부담스러운데..?'


의외의 제안에 당황한 나는 연거푸 강연을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찾듯이 부정적 사고의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 당시엔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오!!! 당장 한다고 해!! 오빠가 남들 앞에서 강연하는 거 꿈이었잖아!!"라고 말했다.


그렇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의 항목 중에 강연자로 살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현실에 치여 꿈을 잊고 살고 있던 나에게 강연 제안은 아내의 말 한마디 덕분에 선물처럼 다가왔다.

부담스럽거나 어렵게만 느껴졌던 순간은 지나가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설렘과 뜨거운 무언가가 내 안에서 샘솟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생애 첫 번째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였다.


강연 연습을 위한 고군분투
대본 외우기 실패해서 대놓고 대본 읽고 있는 당당약사
마이크 들고 강연 직전 연습 모습
피날레 장식을 위한 마지막 슬라이드

위 사진은 실제 강연장에 들어가기 전 나의 연습 장면이다.

강연 준비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에게 배정된 강연시간은 1시간 30분이었다.

그래서 적어도 한 시간은 강연을 해야 했다.

초보 강연자인 나에게 1시간 강연이란 하루 24시간 같이 느껴졌다.

더불어 어떤 내용을 전달해야 할지 막막했다.

강연 날짜는 토요일 주말이었기에 귀중한 시간에 참석하신 청중분들의 시간이 헛되이 되지 않길 바랐다.


어려웠지만 우리 모두의 시간이 의미 있길 바라며 강연 자료를 하나씩 준비해 나갔다.

내가 1형 당뇨인으로 살아오면서 기록했던 [매일 아침 나는 피를 본다] 에세이와

현재 내가 30대 중반을 살아가면서 생생하게 느끼며 경험하고 있는 것을

강연 대본과 슬라이드에 하나씩 채워나갔다.

그랬더니 적어도 1시간 동안은 전달할 만한 내용이 준비되었다.

백지장부터 시작해서 빼곡히 채워 넣은 강연 대본과

빈 슬라이드에 채워진 글씨와 사진과 참고 자료를 보며 든든함을 느꼈다.

이제 현장에서 청중분들께 제대로 전달할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렇게 계획되었던 강연은 무형의 것에서 점점 형태를 갖춰서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위와 같이 포스터에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태어나서 나는 인천을 처음으로 가봤다.

그동안 인천과 연이 없었던 난 강연 덕분에 인천광역시청에서 조우하였다.

강연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긴장감이 나를 감쌀 줄 알았는데 오히려 편안했다.

그곳에 있던 청중들은 대부분 어린아이와 그의 부모님이었다.

이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시절 어릴 때 나의 모습과 부모님이 오버랩되었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게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내려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어두웠던 터널을 지나서

현재는 그 터널에 끝이 존재함을 알리기 위해

그분들의 앞에 내가 섰다는 생각에 마음도 뭉클했다.

더불어 과거의 그 어둠에서 나와 함께해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했다.

그렇게 나의 첫 강연은 뭉클함과 감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강연의 시작
생애 처음 자필 사인하고 있는 당당약사


강연을 하고 내려왔을 때 내 머릿속엔 다음과 같은 생각이 강타했다.


청중을 위해 시작한 강연이지만
결국엔 나를 위한 거였구나



내가 청중분들을 위해 준비한 강연 내용을 훑어보니 내가 듣고 싶었거나 나를 독려하기 위해 하는 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강연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고 강연 기회를 주신 행사 관계자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번에 개최된 1형 당뇨 캠프는 공공기관과 협약해서 한 최초의 행사라고 한다. 그 최초의 장소에 내가 함께 했다는 사실이 큰 의미가 있다. 강연이 끝나고 내가 소감으로 했던 말 중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어려우니까 도전이라고 부른다. 쉬우면 도전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 미래에 오늘과는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면, 그동안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는 조금 더 의미 있는 나날들로 채워나가자."


이건 결국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강연 제안이 왔을 때 그냥 흘려보냈다면 내 삶에 있어서 귀중한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를 돌아보면서 그동안의 내 삶을 정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좋은 강연을 하려면 우선 내가 잘 살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에 대한 윤곽이 잡힌 것 같다.

그다음 기회도 잘 맞이하려면 나의 일상을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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