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지혜?
어떤 사람을 만나 관계를 가지려면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사무적으로 만나 무언가 결정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대화의 주제가 정해져 있어서 어려움이 없지만 누군가랑 처음 만나서 관계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이루어져야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인간관계 심리학을 살펴보면 누군가와 친구로 발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물리적으로 근접하여 자주 보게 되는 근접성, 친숙성 등도 큰 요소이지만 무엇보다 연인관계도 마찬가지이고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유사성”이라는 것이 관계를 만들어내는데 강력한 요소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그리고 생활 속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어느 모임에 처음으로 갔는데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 같은 학교 출신, 같은 동네 출신 등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언가 내적 친밀감이 들어 말문을 트이기가 쉽고 이야기를 이끌어내기가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유사한 인구통계학적 요소 뿐만 아니라 가치관, 성격, 태도 등도 해당되기 때문에 유사한 부분이 있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고, 그러면 더 친해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최근에 난 여러 모임에 들어가게 되면서 나는 이사람과 이런 것도 비슷하지 않고, 저사람과는 또 공통적인 화제가 없어서 여기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나아가야 할까라는 고민을 한적이 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도 관계가 깊어질 수록 '아 이런면은 굉장히 다르구나', '나랑 생활이 달라 이런면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공유하는 것이 더 많아지는 느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무난하여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지인에게 난 "요즘 이사람하고는 이래서 말이 안통하고, 저사람하고는 또 저래서 말이 안통하는데 결국 그냥 혼자 있어야 하는 걸까요?" 라는 고민을 털어 놓은적이 있다. 그러면서 물었다.
“선생님도 그 사람들하고 무언가가 공유가 되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무난하게 지내시나요?”
그녀의 답변은 이러했다.
“그냥 그 사람과 무언가를 깊이 있게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얇고 넓게 그 사람이 말하는 그게 그렇겠구나, 그런말이구나 하고 공감하는 정도이지 나랑 그런 부분이 정말 딱 공유되는구나 하며 너무 많은 기대감을 가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이다.
아마 나는 누군가랑 정말 내 말에 “딱” 공감하고 나랑 마음이 100%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90% 이상은 맞고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친밀함을 바라고 있었던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고
만약 만나는 많은 관계속에서 그 정도의 관계- 내가 느끼기에는 피상적인- 라면 정작 그렇게 무난하다 평을 받는 사람은 외롭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그러한 말을 해준적이 있다. 어떤 관계는 깊은 관계가 가능하지만 어떤 관계는 조금은 형식적인 관계도 있고, 한사람 한사람하고의 관계의 깊이와 형태가 다를 수 있어서 동일한 잣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나와 공유하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들은 점점 적어지고 '아 그래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군요'. '아 당신은 그렇군요' 하며 이해해야 하는 관계가 많아 지는 것이 조금은 서글프면서도 그게 인간관계의 노하우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생각도 모두 다르고 아무리 공유된 것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다름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다름을 맞닿게 되었을떄 사람들은 보통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 '외롭다' 라는 표현들을 쓰곤 하는데 결국은 하나라도 공유되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연결고리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고…다름이 기본 전제임을 받아들이고,…그 사람은 그렇구나 하고 – 조금은 슬픈 이야기지만- 인정한다면 ‘안맞아서 관계를 끊어야겠어’라는 극단적인 생각보다는 그래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