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262억,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19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걸 가지고 소위 우파들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게 퍼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기회를 잘 살렸다면 북한을 중국의 품에서 이탈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2017년부터 북한은 대중 무역에서 적자폭이 상당히 커지기 시작하더니, 2018, 19년에는 사상 최악의 해를 맞았기 때문이다.
위의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2016년만 해도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는 3조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는 2017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한다. 김정은이 2018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는 2018년 20조 달러, 2019년은 23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북중간의 무역 불균형은 북한으로 하여금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2019년 남북미정상회담을 추동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록 한국에게서 지원받은 1900만달러는 북한의 대중무역적자를 상쇄시키 위해서는 부족한 돈이지만, 한푼이라도 아쉬운 북한에게는 충분한 성의가 아니었을까.
물론 소위 보수 우파들은 위의 자료를 근거로 만약에 한국이 북한의 손을 잡지 않고, 대북지원을 아예 차단했다면, 2020년 말 북한이 핵개발을 완성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의 통계는 2018년까지 북한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중국에 종속되었는지를 보여준다. 2016년 중국의 대북한 수출입액은 50조 달러를 상회한다. 이에 비하면 1900만 달러는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 즉, 한국의 대북지원이 없이도 대중무역에서 벌어들이는 돈과, 위의 통계에서 나오지 않은 중국의 대북한 투자액(2017년 기준 8억달러 : 2016년에 비하면 60%가 감소한 수치)으로도 충분히 핵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2020년부터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코로나로 중국과 북한의 무역이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초 중국도 드디어 코로나 방역을 해제했다. 이제 중국과 북한의 무역도 회복될 것이다. 그런데 2018, 19년처럼 심각한 무역 불균형이 다시 발생한다면 북한은 어떻게 행동할까? 중국의 경제적 종속국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이를 타파하기 위해 이미 완료한 핵무기를 가지고 직접 미국과 협상을 시도할까? 즉,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미 직접 수교와 더불어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때 한국은 북한의 이런 시도를 저지할 외교적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한국의 헌법에 따르면 북한은 주권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반국가단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한다면 이는 한국의 헌법을 위배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한국은 북미수교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미수교는 군사적으로도 한국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왜냐하면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은 북한이지 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에 미군이 북한에 주둔할 수 있다면 한국의 군사적 이점은 급전직하할 것이 뻔하다. 이를 고려한다면 한국은 남북미 외교에서 외교력이 가장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9년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정말로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을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한국은 남북미 관계에서 내놓을 패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회담에 억지로라도 끼어들었다는 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비웃을 것이 아니라, 칭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