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내는 사람 1

더위 먹은 사람들

by 프시케

“치실 챙겼어?”


“아! 깜빡했어.”


“아까 챙기라고 했잖아.”


“다른 짐 싸느라 깜빡했지. 그렇게 중요한 거면 본인이 챙기던지.”


“내가 챙겨 달라고 몇 번을 말했잖아.”


“본인이 필요한 건 스스로 챙겼어야지.”


“짐 옮기느라 정신없었거든.”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타듯,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한음 한음 쌓여가고

감정의 온도도 서서히 높아진다.



그러다 둘 다 고개를 돌리고,

차 안엔 눅진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한다.


열기도, 감정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 채 서로의 표정을 외면한다.



불협화음이다.



그런데 쌩쌩 달리던 차의 속도가

늘임표를 만난 듯

조금씩 느려진다.


“여기 막히는 도로 아닌데?”


“앞에 사고 났나?”


그러다 차는 완전히 멈춰버린다.



창밖을 보니,

어떤 중년 남성이 한 차량을 향해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상대 운전자도 창문을 열고 맞받아친다.



우리는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본다.



방금 전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우리의 감정은

낯선 풍경 속에서 살짝 멈춘다.


“저 사람들 더위 먹었나 봐.”


“그러게… 그냥 대충 넘어가지.”


말끝에 피식 웃음이 묻어난다.

우리 사이의 공기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격앙되었던 감정들도 결국은 잠시 머물다 스쳐간다는 걸

우리는 조용히 깨닫는다.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한때 눅진하게 가라앉았던 마음도

쉼표로,

늘임표로,

리듬의 변화 하나로

툭, 전환된다.


그러니 굳이 붙잡지 말자.


감정이 스며들 땐

잠시 머물 수 있도록

마음에 자리를 내어주되,

떠나갈 땐 조용히 보내주자.


그때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변주된 감정의 흐름마저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차량에 흘러나오는 선곡 위로,

차는 다시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감정도,

우리도.


조금씩 다시 흘러간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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