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전문의]
개그맨 김현철은 다재다능한 예능인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로 활동을 했습니다. 김현철은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계열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영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도 했습니다.
희극인 김현철이 처음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데뷔 초기에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부정확한 발음, 어눌한 말투 등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 말더듬 증상이 있어 이를 교정하러 웅변 학원을 다녔고 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말더듬증이 고쳐질 무렵 학원을 그만 두어 다시 말을 더듬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현철의 말더듬증은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하지만 말더듬 증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여러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데 말더듬증 어린이가 대영제국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2011년 개봉한 영화, 킹스 스피치는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조지 6세의 형, 에드워드 8세는 이혼녀와 결혼을 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영국 국민, 의회, 영연방 정부로부터 신임을 잃게 됩니다. 왕위에 큰 흥미가 없었던 에드워드 8세는 왕이 된 지 1년 되지 않아 왕좌에서 물러나려 합니다.
형 다음으로 왕위 계승권 2위였던 조지 6세는 왕위에 오르는 것에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해군사관학교에 입학 후 장교로 복무하였고, 결혼 후 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영연방 제국의 왕으로서 가져할 능력과 품격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조지 6세는 어린 시절부터 심한 말더듬증이 있어 국민 앞에서 연설하는 데 심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말더듬증은 보통 3~7세 사이의 아동에서 처음으로 발생합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3~4배 정도 도 많은 말더듬증 유병률을 보입니다.
70~80%, 대부분의 말더듬증 아동들은 특별한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치료됩니다.
말더듬증은 유치원, 학교 등에서 놀림거리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말더듬증 아동이나 성인들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 연설하는 것을 피하게 됩니다.
말더듬증이 성인까지 지속되는 경우에는 조지 6세처럼 사회 불안이 함께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지 6세는 말더듬증을 치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요?
그는 말더듬증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고, 유명한 언어 치료사를 만나 고된 치료법도 시도해 보았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소개한 언어 치료사, 리오넬 로그를 만난 후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조지 6세를 만나 치료사들은 말더듬 증상에만 초점을 맞췄으나 리오넬 로그는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합니다.
조지 6세는 어린 시절부터 왕실 구성원으로서 완벽함을 강요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조지 5세는 아들의 안장 다리를 고치고자 고통스러운 육체적 훈련을 강요했고 말을 더듬을 때마다 꾸짖었습니다.
조지 6세는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말더듬증은 오히려 악화되었고, 사람들 앞에서 나서기를 꺼려하는 회피적 인간으로 머물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 말하고 싶지 않던 과거의 이야기를 리오넬 로그에게 말하면서 치료는 비로소 첫 발걸음을 떼게 됩니다.
말더듬증 환자들은 사람들에게 창피함이나 굴욕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긴장감이 상승하여 증상이 악화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애완동물에게 말할 때는 말더듬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말더듬증 치료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합니다.
첫 번째 치료 방법은 호흡 훈련과 이완 요법을 이용하여 말하는 속도를 늦추고 성량을 조절하도록 합니다.
두 번째는 팔, 손 등의 리듬감 있는 움직임과 함께 말하도록 가르치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동일한 톤으로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도록 가르쳐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행동 치료와 함께 내재된 불안, 우울감을 줄여줄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약물도 함께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조지 6세는 1939년 9월 3일, 세계 2차 대전을 앞두고 국민을 결집시킬 연설을 준비합니다.
그는 중요한 연설을 앞두고 리오넬 로그와 함께 위에 언급한 다양한 치료를 시도해 봅니다. 그리고 실제 연설을 앞두고 수차례 리허설도 합니다.
연설 당일, 조지 6세는 진심 어린 연설로 국민들에게 영국의 세계 2차 대전에 참전을 알리고 국민을 결집시킵니다.
혹시 말더듬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가 두려우신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연방의 왕, 조지 6세 또한 심한 말더듬으로 고생했지만, 적절한 치료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설을 했고 영국 왕위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킹스 스피치, 말더듬증으로 고생하시거나 말더듬증 아동을 키우시는 부모님이 함께 보면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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