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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Sep 08. 2017

데자뷰 [deja vu] - 불완전한 기억


[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어라!? 나 이거...전에 있었던 일 같아.


데자뷰(déjà vu, 기시감)는 처음 겪는 상황이나 장소를 이전에 경험했던(꿈이든 실제이든), 혹은 친숙한 것으로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젊은 층에서 자주 경험하고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경향이며,  피곤하거나 졸릴 때 더 잘 생깁니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런 경험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 데자뷰와 반대의 현상은 자메 뷰(jamais vu, 미시감). 익숙하고 경험했던 상황을 처음 겪는 것으로 느끼는 것.]


이 현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19세기 뇌신경과학이 발전하면서 개념이 자리잡았습니다. 명칭도 19세기 프랑스의 정신학자인 Emile Boirac이 그의 책에서 처음 이 현상에 대해 언급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라 신경학자, 정신분석가, 심리학자의 견해에 따라 다양한 이론이 제기되었습니다.  20세기 이후 현재까지 이 현상은 기억착오(paramnesia)로 분류되어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명쾌하게 증명이 이루어진 부분은 아닙니다.


이 글은 데자뷰를 최신의 뇌과학의 측면, 즉 기억과 관련된 측면에서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 현상학적 설명 >


우선 이 경험 자체를 현상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1.낯선 것(환경, 경험, 분위기)이지만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익숙함

: 현재의 느낌이 과거 지정할  수 없는 시점에서 느꼈던 것으로

2.실제로 어떤 사건이나 감정과는 연관이 없지만, 그렇다고 애매하고 모호한 느낌은 아니다. 

: 자세하고 확실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내용뿐 아니라 태도, 시점 등도 동일한 느낌으로 경험한다.

3. 그렇지만 보통 맥락이 없고, 시계열성 상관도 없다. (그래서 전생으로 이해하기도.)

4. 환각이나 백일몽과 같은 상태로 보이지만 현실판단능력은 멀쩡하다.




< 데자뷰를 기억의 측면에서 설명하기>


현재는 여러 이론 중에서 " 기억의 인출과정에서의 구조적, 기능적 오류로 인한 것" 이 가장 설득력있는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기억과 관련된 이론은 측두엽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이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할 때는 머리에 입력되고, 저장된 후, 다시 불러오는 인출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 뇌에서 해마라는 부분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바로 측두엽에 이 해마가 존재합니다.


사진 좌_hippocampus(닥터단감), 우_parahippocampal gyrus(위키미디어 공용)


해마는 측두엽 중에서도 내측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에 위치하고 있고, 기억이 온전히 작동하려면 해마와 주변 구조물 사이의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정보가 오가는 과정에는 해마 주변의 구조물에서 여러 정보가 취합되어야 하고, 이 정보가 잘 전달되어야 하며, 이 내용을 검증해야 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어떤 기억을 다시 불러올 때 즉, 인출과정에서는 해마옆 피질(parahippocampal cortex)이라는 부분에서 그 기억의 연관성을 검증하게 됩니다. 특히 이 부분은 "장소"와 관련된 친숙함을 판단하는 부분입니다. "어디인가를 알고 있는 느낌"이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것이지요.


비유로 예를 들자면, 한 지역의 풍경 사진이 해마옆 피질이라고 한다면, 해마는 그 지역의 지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왼쪽 풍경이 해마옆 피질의 기능 / 오른쪽 지도는 해마의 기능 (좌_픽사베이 / 우_구글맵)


즉, 데자뷰는 바로 이 측두엽과 연관된 다른 뇌 부분의 연결의 오류가 발생해서 생기는 현상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false activation).


기억 과정에서 해마의 개입이 적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는 주변 이 부분의 판단에만 의존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사진만 보고 어디인지 본 적이 있고, 가본 적은 있지만 정확한 주소나 위치를 모르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실제로 데자뷰 동안에는 디테일 하나 하나가 떠오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닮아있고, 또 돌아보면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이 해마와 관련된 네트워크의 역할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역시 하나의 가설로서 뇌파 연구로 일부 증명이 되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구조물과 관련된 증거는 아직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현재는 순수한 기억이나 인지 자체의 별개의 문제만로는 볼 수 없다는 연구가 더 많습니다. 오히려 기억과 인지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되었습니다. 즉, 관련된 구조물이 측두엽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 기억-인지 이외의 데자뷰의 설명 이론들


- 정신분석 이론:  자아가 현실에 대한 경험을 억압된 무의식적 환상 내용의 기억 또는 금지된 소망과 관련된 과거의 어떤 구체적 경험에 맞추어 변경하는, 퇴행적 방어기제.


- 신경학적 이론: 이중 프로세싱; 평소 조율이 잘 이루어지는 뇌의 두 부분의 인지체계가 일시적인 부조화를 보이는 것.

좌뇌와 우뇌의 인식된 정보가 서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손상을 입은 뇌 기능으로 인해 같은 정보를 두 번씩, 혹은 지연되어 전달되는 것이 데자뷰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참고

The Journal of Neuro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 Winter 2002; 14, 1;6-10

Symptoms in the mind 4th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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