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전문의]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정은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희노애락의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인식하는 존재는 부모님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마주치는 인물은 형제, 자매일 것입니다. 처음 동생을 보았을 때 혹은 형, 오빠, 누나,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를 기억하나요?
2017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는 동생이 출생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아이의 시선에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보통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은 첫째에게 집중됩니다. 주인공 <레스리>는 동생 <린지>가 태어나기 전까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행복한 날들을 보냅니다.
하지만 동생이 태어나고 난 후 가족 간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시작됩니다. 아이가 출산한 직후에는 많은 손길이 필요로 하기에 부모님의 관심과 노력은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레스리>는 지금까지 받아온 사랑을 빼앗긴 동생, <린지>가 무척이나 밉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동생의 정체를 밝히고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려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인간은 성장 과정에서 형제자매 사이에 경쟁과 질투심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행동 특성은 정신의학에서는 형제간 경쟁(sibling rivalry)이라고 합니다. 성경에서 카인과 아벨, 이삭과 이스마엘 이야기가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고 시기 질투합니다. 이는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됩니다.
형제간 경쟁은 타고난 기질, 부모의 양육 태도, 출생 순서, 성별, 나이 차이, 남아 선호 사상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누군가는 이 시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큰 상처와 심한 열등감으로 평생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레스리>는 이 역경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요?
<레슬리>는 <린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뒤를 쫓아다니다 <린지>가 아기들의 지상낙원을 위해 세워진 “아기 주식회사”의 차기 회장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 주식회사”의 차기 회장 또한 다른 존재로부터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잃어버리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린지>의 질투 대상은 인간이 아닌 애완견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아기에서 어린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인간보다 영원히 귀여운 존재로 남아 있는 작은 애완견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린지>는 늙지 않는 강아지를 개발하는 회사의 성공과 확장을 저지하는 큰 임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고 형제, 자매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sibling rivalry는 인간이 아닌 강아지, 고양이 등의 반려 동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 소아들은 형제간 경쟁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부모님들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소아들은 동생을 꼬집고 때리는 등 괴롭히는 반응을 보입니다. 몇몇 소아들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보이며 갑자기 대, 소변을 못 가리고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는 등의 퇴행된 행동을 나타나기도 합니다.
분노, 우울의 감정은 두통, 복통 등의 신체반응으로 표현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둘째가 태어나기 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첫 번째는 자녀에게 동생이 태어나기 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적절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레스리> 부모님은 동생이 태어나기 오래 전부터 동생의 탄생을 넌지시 암시를 해 심리적으로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시기, 질투, 퇴행 등 다양한 모습들이 성장 과정의 자연스런 과정임을 인지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아들은 시간이 지나면 sibling rivalry을 잘 극복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 갑니다.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한 우리 또한 과거를 돌이켜 보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생뿐만 아니라 첫째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주어야 합니다. 모든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게 되면 첫째는 소외와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동생이 어려 많은 관심을 줄 수밖에 없지만 첫째 또한 충분히 사랑스럽고 소중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동생의 탄생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어린 시절 형제, 자매 관계는 어땠나요? 그리고 지금 자녀들의 모습은 어떤가요?
<보스 베이비>, 자녀를 계획하고 있거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유익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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