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 내가 원하던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런데 막상 소파에 앉으니 이상한 감각이 밀려온다.
딱히 누가 보고 싶은 것도 아닌데, 가슴 어딘가가 텅 빈 느낌이다.
이 감각에 이름을 붙이자면 외로움인데, 분명히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있는 건데 왜 외로운 걸까.
나는 한동안 이것이 내 성격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혼자 있고 싶어 하고, 혼자 있으면서도 허전함을 느끼는 것이 어딘가 모순적이고 결핍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심리학은 이것을 결핍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조건으로 설명한다.
사회신경과학자 존 카치오포는 외로움이 배고픔이나 통증과 같은 생존 신호라고 말했다.
배고픔이 음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듯, 외로움은 의미 있는 연결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중요한 것은 이 신호가 사람의 수와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외로움은 물리적 고립이 아니라, 진짜로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의 부재에서 온다.
그러니 혼자 있는 저녁에 찾아오는 그 허전함은,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닐 수 있다.
하루 동안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이 없었던 것일 수 있다.
회사에서는 역할을 연기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적당히 맞춰가느라 정작 내가 어떤 감정인지는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뒤 혼자 남겨지면, 비로소 내면이 말을 걸어온다.
오늘 나는 어땠냐고.
그 목소리를 오랫동안 외면해 온 사람에게는, 그 순간이 외로움으로 느껴진다.
자신과의 연결이 끊어진 느낌이 타인과의 단절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요즘 그 시간을 다르게 쓰려고 노력한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거나 무언가를 틀어놓는 대신, 잠깐 그 텅 빈 느낌과 함께 앉아 있어 본다.
불편하지만, 그 안에 오늘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외로움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자신에게 더 솔직해져도 된다는 신호일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공허하게 느껴진다면, 그 공허함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도망치지 않고 그 감각에 머물다 보면, 의외로 오래 찾던 무언가와 마주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