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며칠이 지났는데, 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이었을 텐데, 나는 그날 이후로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돌려봤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게 진심이었을까,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자려고 누웠다가도 그 목소리가 떠오르고, 다른 일을 하다가도 불쑥 끼어든다.
스스로도 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그냥 넘기면 되는 일인데, 왜 나는 이게 안 될까.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반추'라고 부른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같은 장면을 반복 재생시키는 현상이다.
뇌는 미완성된 것을 완성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 말의 의미를 확정 짓지 못한 채로 넘어가면, 뇌는 답을 찾을 때까지 그 장면을 계속 불러온다.
문제는 아무리 돌려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의도는 내 머릿속에 없다.
그래서 반추는 해결이 아니라 소진으로 끝난다.
생각할수록 더 선명해지고, 더 선명해질수록 더 아파진다.
나는 한동안 이게 내가 예민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유독 상처를 잘 받고, 별것도 아닌 말에 오래 매달리는 성격이라고.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말에 오래 머무는 건, 그 말이 오래된 무언가를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 듣는 말인데 왜 이렇게 익숙하게 아플까.
그 말이 지금 이 사람의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훨씬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있던 말이기도 했던 것이다.
넌 왜 그러냐는 말, 그것도 못 하냐는 말, 너답지 않다는 말.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그런 말을 들어본 사람은 안다.
그 말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남는지를.
그리고 그것과 비슷한 말을 들었을 때, 상처가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상처가 다시 열리는 느낌을.
그러니 며칠이 지나도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자신을 다그치지 않아도 된다.
예민한 게 아니다.
그 말이 오래된 곳을 건드린 것이다.
그 장면을 억지로 지우려 하기보다, 왜 이 말이 이렇게까지 아픈지를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이 더 가까운 길일 수 있다.
머릿속 재생을 멈추는 방법은 그 장면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이 건드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