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거절을 못할까?

by 심리학 한줄


부탁을 받는 순간,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내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도,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그런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항상 같다.

"어, 그래. 내가 할게."

돌아오는 길에 후회한다.

왜 또 그랬을까, 왜 한 번도 안 된다고 말을 못 할까.

나는 한동안 이게 내가 착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남을 배려하는 성격, 나쁜 것도 아니지 않나, 하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혼자 억울함을 삭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려였다면 이렇게 속이 쓰리지 않았을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으로 학습된 상태다.

어린 시절 거절했을 때 상대가 화를 냈거나, 싫다고 했을 때 관계가 멀어졌던 경험이 쌓이면, 사람은 거절 자체를 위험한 행동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거절하면 미움받는다,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

그 공식이 무의식 안에 자리 잡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입이 열리지 않는다.

더 솔직히 말하면, 거절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 이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대가 실망하는 표정, 어색해진 분위기, 혹시 이 사람이 나를 다르게 볼까 하는 불안.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 먼저 펼쳐지면, 말이 나오기 전에 몸이 먼저 "그래"를 선택한다.

문제는 그렇게 쌓인 yes가 결국 나를 향한 분노가 된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화가 나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은 자신에 대한 실망이다.

또 못했다는 것에 대한.

거절을 연습하라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나는 그 말이 항상 조금 공허하게 느껴졌다.

연습보다 먼저인 것이 있기 때문이다.

거절했을 때 관계가 끝나지 않는다는 경험.

싫다고 말해도 상대가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는 순간, 비로소 입이 조금씩 열린다.

오늘도 하고 싶지 않은 일에 그래라고 대답했다면,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해 두면 좋겠다.

당신이 거절하지 못하는 건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좋은 사람이어야만 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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