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아팠다.
그 순간, 얼굴이 굳는 게 느껴졌고, 심장이 한 번 쿵 내려앉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웃었다.
"아 괜찮아, 별거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상대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척했으니까.
그날 밤, 혼자 누워서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왜 나는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왜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했을까.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감정 가면'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겉으로 드러내는 감정이 다른 상태다.
이 가면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프다고 했을 때 "그게 뭐가 아파"라는 말을 들었거나, 속상하다고 했을 때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은 감정을 꺼내는 것이 득 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학습한다.
그래서 가면을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진다.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가면인지 맨얼굴인지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진짜로 괜찮은 건지, 괜찮은 척을 너무 오래 해서 스스로도 속고 있는 건지.
더 무서운 건 그 가면이 가까운 사람 앞에서도 벗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해야 할 사람 앞에서도 습관처럼 괜찮다고 말하고, 돌아서면 혼자 삭인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사소한 일에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오래 눌러온 것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진 것이다.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던 그날의 나를 떠올려보면, 그건 강한 게 아니었다.
말했을 때 돌아올 반응이 두려웠던 것이다.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약해 보일까 봐,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질까 봐.
그 두려움이 입을 막았고, 나는 또 혼자 삭였다.
괜찮지 않을 때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에게는, 거창한 고백이 필요한 게 아니다.
딱 한 사람에게만, 딱 한 번만, 사실 오늘 좀 힘들었다고 말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한 문장이, 오래 쓰고 있던 가면을 조금 느슨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