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던 순간이 있다.
분명히 재밌는 자리였고,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나도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웃음 안에 이상한 감각이 섞여 있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기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감정.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혼자 생각했다.
나 오늘 즐거웠던 걸까, 아니면 즐거운 척을 했던 걸까.
심리학에서는 서로 반대되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감정의 혼재'라고 부른다.
기쁨과 슬픔, 설렘과 불안, 웃음과 공허함이 한순간에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이 하나씩 깔끔하게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사람의 내면은 훨씬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나는 그날 왜 웃음 속에서 울 것 같았을까.
돌이켜보면 그 자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편한 사람들과 함께였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온기가 거기 있었다.
그런데 그 온기가 진짜로 느껴질수록, 이게 끝나면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도 함께 느껴졌다.
좋은 것을 느끼는 순간, 그것이 사라질 것에 대한 예감이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무언가가 소중하게 느껴질수록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커진다고 말했다.
그 두 감정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존재한다.
그래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는 일이 생긴다.
이상한 게 아니다.
그만큼 진짜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한동안 그 감각이 불편했다.
좋은 자리에서 왜 이런 감정이 끼어드는 건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각은 이 순간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몸이 먼저 알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무감각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그냥 웃고 끝낸다.
뭔가 이상한 감각이 섞인다는 것은, 그 순간이 그냥 스쳐가지 않고 깊이 닿았다는 뜻이다.
좋은 것 앞에서 이유 없이 울컥해 본 적 있다면, 그건 감수성이 예민한 게 아닐 수 있다.
오랫동안 그런 순간을 그리워했던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그날 웃음 속에 섞인 그 이상한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