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직원에게는 환하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을 도와주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퉁명스럽게 대했다.
같은 날, 같은 나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모르는 사람한테 더 친절한 자신이 낯설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친밀성 피로'라고 부른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감정 조절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오히려 더 날것의 반응이 나오는 현상이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어떻게 보일 지를 의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절해진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그 의식이 사라진다.
편하다는 것이 감정 여과 없이 날것으로 반응한다는 뜻이 되어버린 것이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다.
가장 친절하게 대해야 할 사람에게 가장 불친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쓰는 친절의 에너지가, 정작 소중한 사람에게는 남아 있지 않다.
나는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와 현관문을 열기 전에 잠깐 멈췄다.
지금 내 얼굴이 어떤지 생각해 봤다.
카페에서 직원한테 했던 그 표정을, 집 안에 있는 사람한테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꿨다.
가장 편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에너지를 쓰는 것,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현관문을 열기 전에 한 번쯤 숨을 고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