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까?

by 심리학 한줄

멀쩡하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이 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손이 가지 않고,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고, 그냥 멍하니 있고 싶은 날.
게으름이라고 하기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하기 싫다기보다 할 수가 없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유를 모르겠으니까 그냥 내가 의지가 약한 거라고 생각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감정 소진'이라고 부른다.
몸은 멀쩡한데 감정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다.
사람의 에너지는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기대에 맞추고,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눌러두는 것 모두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 에너지가 소진됐을 때 몸은 강제로 멈추려 한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정지 신호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다.
이 신호는 갑자기 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누적된 것이다.
괜찮다고 했던 날들, 참았던 날들, 쉬지 못했던 날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날이 오면 한동안 자책했다.
왜 이것도 못 하냐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신호를 다르게 읽기 시작했다.
지금 많이 소진됐구나.
그렇게 읽으니까 자책 대신 다른 것이 생겼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이 자주 온다면, 의지를 탓하기 전에 먼저 물어봐야 한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제대로 쉬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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