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의 좌충우돌 바이올린 도전기 (7)
요즘 일상에서 진정한 몰입과 즐거움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바쁜 현실로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일에서 오는 즐거움도 때로 피로하고 권태로워집니다. 책읽기나 러닝 같은 취미도 몰입이 어려워 멀어지곤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요즘 저를 일깨운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능동적인 행위로서 '하는' 음악이 저의 생활을 새롭게 넓혀주고 있었습니다.
올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는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으로 두 곡을 선정했습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인데요. 연주회가 아니고서는 연습을 하지 않는 게으른 아마추어로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는 두 곡입니다. 4월에 연습을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높은 음악의 벽 앞에서 크게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합주를 하다보면, 신기하게도 어려워도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막막해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개인연습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게 되고, 결국 작년보다 더 일찍 개인연습을 시작하게 했어요.
개인 연습은 구체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작년에 얻은 교훈처럼, '짧게 하더라도 의도를 가지고 연습하자'는 의도를 품었습니다. 어렵거나 뭉개지는 테크닉과 프레이즈를 아주 천천히 반복했습니다. 스케일링, 활 바꿈 같은 테크닉 기본기를 꾸준히 다듬었고, 급한 성격 탓에 아무렇게나 짚던 왼손의 운지 습관도 천천히 명확히 음을 짚는 방식으로 훈련했습니다. 특히 음이 튀기 쉬운 빠른 구간에서는 활을 잡는 오른팔을 고정하고 손목을 회전하는 미세한 감각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기초적이지만 의도적인 연습을 반복하면서 안 되던 부분이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고 느낄 때마다 구체적인 기쁨을 느꼈습니다. 둔한 일상의 시공간에서 벗어나, 의도를 품고 천천히 몰입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기쁨이었습니다.
기술적인 토대가 조금씩 잡히고, 점차 연주하며 음악을 느껴보려 노력합니다. 단순히 악보를 읽으며 따라 연주하기 바빴던 상태에서 벗어나, 곡의 주제와 변주를 알아차리고 그 의도를 살려 소리로 표현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4월에 연습을 시작했을 때 16비트 모자이크처럼 흐릿했던 구간들이, 이제는 512비트 사진처럼 선명하게 보이고 들리기 시작합니다. 오선지에 그려진 세계를 알면 알수록, 그리고 직접 연습하면 할수록, 음악은 점점 더 새롭고 넓은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결국 '하는' 음악은 제 안의 세계를 넓혀주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음악을 연습하면 할수록 구체적이 되어가면서 동시에 새로워지는 방식으로 넓어집니다. 이 때 연습은 저의 내면을 훈련하고 발견하는 능동적인 행위가 됩니다. 스스로 나아가는 기쁨을 맛보고, 새로울 게 없다고 느껴지는 일상을 깨뜨리며,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