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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Nov 23. 2020

미국에서 경험한 심리치료의 현재

ABCT Virtual Convention 2020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오늘 새벽까지, 미국에서는 인지행동치료학회(Association for Behavioral and Cognitive Therapies, ABCT)의 연차 학술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에 연구의 일부를 요약하는 포스터 발표를 하면서 학술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 학회는 낯선 경험인데, 역시 미국이 연구에 필요한 펀딩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법과 환자군을 다루면서도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임상심리학의 많은 논문과 저서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실제 그 생생한 현장에 놓인 느낌이었달까요.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1) 자살 위험에 대한 개입, 2) 소아청소년 집단, 3) 초진단적(Trandiagnostic) 통합된(Unified) 치료 접근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주로 참석했습니다. 오늘은 심리치료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인지행동치료학회에서 느낀 개인적인 경험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1. 초진단적 단일화된 접근에 대한 적용


- 2010년대 초반부터 특히 우울과 불안을 포함하는 정서장애는 공통요인이 많다는 주장과 연구가 쌓여왔습니다. 공황장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CBT 모델을 개발한 Barlow가 2010년에 교과서 격에 해당하는 책을 출판하고 2017년에 2판으로 개정되기도 했으니까요. 이번 ABCT에서도 소아청소년 집단부터 수면장애에 이르기까지 초진단적 통합적 치료의 효과 연구, 그리고 실제 치료를 진행할 때의 프로토콜과 어려운 점들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 치료에서만 이런 접근이 활발한 것은 아닙니다.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알아야하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신경과학 영역에서 뇌의 기능을 네트워크 모델로 이해하는 흐름과 비슷하게, 정신장애와 증상을 '네트워크 모델'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ABCT에서도 EMA라고 하는 생태순간평가를 통해 장애 간에 공유되는 공통 증상들을 밝히고, 증상들 간의 인과관계까지 도출하고 있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느꼈던 것은, 임상심리학자가 심리평가를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결국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 나는 어떤 진단, 사례개념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점검해보게 됩니다.


*참고해볼 만한 책들

Barlow, D. H., Farchione, T. J., Sauer-Zavala, S., Latin, H. M., Ellard, K. K., Bullis, J. R., ... & Cassiello-Robbins, C. (2017). Unified protocol for transdiagnostic treatment of emotional disorders: Therapist guide. Oxford University Press. 조용래 역. (2017). <정서장애의 단일화된 범진단적 치료 프로토콜>, 학지사. (미국 2판, 한국 번역 1판)

Frank, R. I., & Davidson, J. (2014). The transdiagnostic road map to case formulation and treatment planning: Practical guidance for clinical decision making. New Harbinger Publications. 김지혜, 임기영, 이은호, 전주리 공역. (2018). <사례설계 기반 초진단적 치료접근법>, 한국심리연구소.


2. 소아청소년에 대한 개입


- 섭식장애부터 ADHD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아동 ADHD가 치료에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한 워크숍을 신청해두었다가 잠 때문에 결국 놓치게 됐습니다. 사실 정반대의 시간대에 진행이 되고 있어서 목표했던 것보다 30-40프로는 소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라이브 진행이 아니라 녹음된 프로그램 중에서는 JAMA Psychiatry 등의 저널에서도 소개되고 있듯이 '부모교육' 혹은 '부모 참여형' 치료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한 세션도 있었습니다. 저도 임상 현장에서 부모님과의 치료 회기를 따로 마련해서 진행할 때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공감하며 들었습니다.


3. 자살 위험에 대한 개입


- 미국에서는 효과적인 자살위험 예방과 치료법이 다수 개발되었지만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연구팀들이 효과가 있다고 검증한 치료법들이, 실제 지역사회에서 적용될 때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밝히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치료가 의도한 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도구를 만들기도 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논의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 이외에도 자살 위험이 높아졌거나 감지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Stanley-Brown Safety Planning Intervention에 대한 워크숍이 열리기도 하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개입을 사용했을 때 6개월 후까지 자살 관련 행동이 감소되고, 치료를 지속할 확률이 증가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자살위험 상황을 구체적으로 탐색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험신호부터 시작해서, 어떤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자살 충동이 증가되는지를 내담자와 함께 정리하게 됩니다. 그렇게 Safety plan을 완성하게 되면 이걸 일상생활에서 지갑이나 스마트폰에 두고 활용하게 됩니다.


*참고해볼 만한 책들

 Wenzel, A., Brown, G. K., & Beck, A. T. (2009). Cognitive therapy for suicidal patients: Scientific and clinical applications.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김정호, 김학렬 공역. (2012). <자살환자의 인지치료>. 학지사.

Safety Planning: http://www.suicidesafetyplan.com/ (간단한 form을 작성하면 Safety Planning Form and Training Manual을 이메일로 받을 수 있습니다)


4. 이외에도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특화되어 개발된 인지처리치료(CPT: Cognitive Processing Therapy)에 대한 워크숍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매뉴얼이 출판되었는데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 같네요. 실제로 들어가 보면 외상 경험자들의 인지적 왜곡을 Assiliation과 Over-accommodation으로 구분하여 초점화된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개인차가 있지만 구조화된 총 12회기 만에 치료효과를 나타내고 있었고, 12세 이상의 청소년 집단까지도 효과성이 검증된 상태라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기존에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외상 사건에 대한 이야기 Narrative를 재구성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치료효과를 발견하지 못하여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인지 처리 과정에서 외상 자극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Narrative를 재구성하는 부분은 빠진 게 아닐까 추측만 해봅니다.


- CPT 세션에서 들은 내용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외상의 '종류'가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 점이네요.


*참고해볼 만한 책들

 Resick, P. A., Monson, C. M., & Chard, K. M. (2016). Cognitive processing therapy for PTSD: A comprehensive manual. Guilford Publications.



  교과서에서나 보던 Persons, Hayes, Hoffman과 같은 학자들부터 주니어 연구자들의 발표와 토론까지, 크게 자극이 되는 학회였습니다.  배움에 대한 욕구 뿐만 아니라 임상가로서도 성장하고 싶게 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임상현장에 있다 보면 충전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은데, 그 방법이 꼭 개인적인 여가에만 있지 않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경험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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