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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Feb 10. 2021

[대상관계 심리치료] 함께 읽기 -2

함께 읽는 즐거움

Photo by Alfons Morales on Unsplash


   한동안 뜸했습니다. 논문의 초안을 쓰고 나니, 준비해야 하는 시험과 면접이 코앞이어서 집중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래도 읽고 쓰는 루틴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익숙한 깨달음이 있었던 2주였어요. 코로나로 대면접촉도 적고 일도 없이 시험 준비를 하는 게 꽤 지치는 일이더라고요. 아무리 마음이 바쁘더라도 -읽고 쓰는, 러닝 하는- 나를 위한 시간을 지속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볼게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643699



1.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 (5장~6장)


● 심리치료는 새로운 종류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변화는 어떤 것이든 간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끔 처음에는 심리치료가 사람을 더 불편하거나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이 따를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분명히 함께 헤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다음으로 일반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내담자에게 내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입니다. "몇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모든 약속 시간에 빠지지 않고 오는 것과 시간에 맞게 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말이 전하는 것은 "당신이 치료에 참석하는 것이 내게 중요하고, 심리치료는 당신의 삶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합니다"라는 것입니다. (..) 치료자가 기대와 경계 그리고 규칙을 정하는 것은 많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중 중요한 한 가지는 내담자의 치료적 진전에 대한 관심을 전하는 것입니다.


● 치료관계에는 힘의 불균형이 분명 존재합니다. 환자와 공모하여 이 관계를 다른 식으로 진행하거나 묘사하는 것은 부정확하므로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관계에 내재한 중대한 힘의 불균형 문제와 이것이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는 일입니다.


● 경계를 지키지 못하는 치료자는 내담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 줄 수 있습니다 (...) 이처럼 초기에 경계를 정하는 데 실패하면 치료가 오염되거나 훼손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치료관계에서 굳건한 경계를 유지하기 위해 때에 따라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앞서 기술할 것 같은 문제들로부터 치료를 지켜줍니다.



  5-6장에서는 치료를 시작할 때에 일어나는 경계 세우기, 그러니까 '치료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전달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치료 초기의 경계 세우기는 '치료에 대한 구조화'라는 이름으로도 자주 언급됩니다. 치료자와 내담자가 생각하는 심리치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 방식을 합의하고, 나아가 부득이한 연기나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게 되죠.


  Nancy McWilliams도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에서, 상담자가 구조화와 비용 문제를 명확히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전달하고, 그럼으로써 내담자가 치료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때로는 의지할 수 있게 된다고 제안합니다. Allan도 그런 점을 부드럽게 강조하고 있는 셈이죠.


  여기에서 새로운 점은, 경계 세우기 과정이 '치료를 통해 진정으로 나아지기를 바라는' 관심을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내담자가 초기의 구조화를 다소 차갑거나 딱딱하게 느낄지라도, 그런 규칙과 기대들이 치료와 내담자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세우기는 치료에 대한 안전감과 희망을 불어넣는 치료적 과정입니다.


  경계 세우기 과정의 치료적 유익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인본주의 심리치료자인 Rogers는 '진실하려고 노력하기'를 강조했는데요. 치료자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깊이 자각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자각을 토대로 내담자를 돕고자 하는 진정한 관심을 전달해야 한다고 합니다. 과연 경계 세우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내담자의 감정인지 치료자 스스로 느끼는 부담감인지(e.g. 상담자는 초월적인 존재여야 해, 돈은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거야)를 인식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2.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 (7장)


● 만약 내가 어떤 질문으로 회기를 시작함으로써 사실상 여러분이 염두에 둔 의제 agenda를 부과해 버린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시작할 때 여러분이 보여주는 침묵은 환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줍니다. 회기를 침묵으로 시작하는 것은 처음에는 약간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담자가 반드시 약간의 불안을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만약 수잔이 몹시 불안해 보인다면, 더 많은 구조와 안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 내담자의 불안을 줄여주는 또 다른 방법은 내담자가 자신의 정서 상태에 대해 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 어떤 느낌인지 말씀해 주세요, 몸 어디에서 불안이 느껴지는지부터 시작하셔도 됩니다, 신체적으로 또 어떤 걸 느끼시나요?, 지금은 조금 긴장이 풀린 것 같이 보입니다" (..) 만약 이 방법이 정서의 강도를 효과적으로 낮추지 못하면, 그 느낌이나 혹은 연관된 상황에 관한 생각을 말해보라고 요청합니다.


● 이 기법이 환자가 진정하고 감정의 강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효과의 큰 부분은 자신을 관찰하는 마음의 측면과 관련이 있습니다. 주의력은 용량이 제한되어 있고 선택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은 한 번에 하나 이상의 과제에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만일 내담자가 자신의 정서 상태를 관찰하고 기술하는 데 몰두하도록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면, 정서의 강렬함에 압도당하고 휩쓸린 상태로 남아 있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어떤 감정이든 그 강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7장에서는 이제 '매 회기를 과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합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매 회기마다 의제 agenda를 설정하면서 시작하기를 권장합니다. 물론 이 과정은 내담자와 협력적으로 논의하면서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 이를테면 가장 괴롭게 하는 감정이나 생각을 다루게 됩니다. 이렇게 진행하는 이유는 인지행동치료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대상관계 치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의제를 설정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비록 불편함 침묵이 있더라도 내담자가 느끼는 그 불편감에서부터 치료가 시작될 수도, 혹은 치료자가 암시한 주제로 흘러들어가 진짜 어려움을 간과하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도 항상 의제를 설정하는 일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경험합니다. 무 자르듯이 기계적으로 의제를 협력적으로 설정한다 안 한다를 가름할 수는 없지만, 짧은 기간 내에 종결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 빠르게 특정 증상을 가라앉히는 것이 필요한 급박한 상황인지, 혹은 오랫동안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쳐온 경험들로 괴로워하는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 판단의 필요성은 책의 <3장, 평가와 사례공식화>에서 대상관계 치료에 적합한 내담자인지를 가늠하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초기에 침묵으로 내담자의 말을 기다릴 때에 내담자가 심하게 불안을 경험한다면, 지난 한 주에 대해 묻고, 현재의 감정 물을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인지행동치료 원리와 기법>에서도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한 질문을 신체감각에서 부터 시작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일단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내담자들도, 신체감각에 대해 물으면 비교적 편안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정을 바라보고 묘사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안도 가라앉게 됩니다. 그럼에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면 행동치료에서의 이완기법이나 그라운딩 기법을 사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안전하고 윤리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공인된 전문가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임상심리전문가(한국임상심리학회), 상담심리사(한국상담심리학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자격을 확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참고한 책들

- Allan G. Frankland. (2014). The Little Psychotherapy Book: Object Relations in Practice. Oxford Univ Pr. 김진숙 역. (2019)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 사례로 보는 치료 안내서>, 학지사.

- N. Gregory Hamilton. (1990). Self and Others: Object Relations Theory in Practice. Jason Aronson Inc. 김진숙, 김창대, 이지연 역. (2007).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 자기와 타자>,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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