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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Jan 07. 2021

[대상관계 심리치료] 함께 읽기 -1

함께 읽는 즐거움

Photo by Alfons Morales on Unsplash


  요즘은 지지부진한 논문을 쓰는 와중에, 이웃께서 추천해 주신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각 장이 컴팩트한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더라고요. 읽다 보니 예전부터 미뤄온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도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은 이 두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643699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856819



1.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 (1장~4장)


● 그렇다면 심리치료가 자기와 타인에 대한 왜곡된 지각과 이로 인해 일어나는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다루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환자가 자신과 타인을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부정확한 내적 환상의 반영이 아니라 다면적이고 총체적인 사람으로 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관계 경험을 제공할 때 이런 도움이 가능합니다.


●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양식의 심리치료에서는 치료관계 자체가 변화를 일으키는 기본 틀이라는 것입니다.


● 대상관계 치료는 치료관계의 지금-여기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 사례공식화를 위해 종합해야 할 정보들: 들은 것, 관찰한 것, 그리고 이때까지 일어난 일에 대한 여러분의 감정적 반응


● 초기 면담: 의뢰 사유, 환자의 주호소, 주호소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 자살 위험성 여부, 물질, 섭식, 정신증적 증상, 치료이력, 가족력, 과거사, 자신의 개인적 특성 중에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어떤 면을 덜 매력적으로 느끼는지, 내담자가 기술한 핵심주제를 간단히 요약하고 솔직함에 대한 격려, 희망 불어넣기


● 초기면담에서 치료자의 관찰: 환자의 MSE, 환자 반응에 따른 치료자 내부의 정서적 반응


● 수잔이 인정하는 증상, 태도, 그리고 그녀가 촉발하고 있는 치료자 내부의 정서적 반응, 즉 세 가지 통로에서 나오는 증거가 수렴되지 않고 갈라진다는 것이, 사실 어떤 특정한 기분장애나 불안장애와는 관련이 없는 대인관계 어려움을 시사하는 것이 아닌지 면담자는 궁금해합니다.


   대상관계 심리치료가 다른 치료적 접근과 구분되는 점은, 첫째로 단순히 대인관계적/감정적 어려움 자체를 줄이는 게 아니라 그 어려움을 야기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입'을 한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근본적 개입이 '치료적 관계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상관계 심리치료에서는 치료적 관계에서 재현되는 갈등이나 감정을 상담실 밖의 관계 경험과 연결 짓게 됩니다. '치료관계 자체, 지금-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치료자가 내담자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느끼는 감정적 반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이후 챕터를 읽다 보면, 강렬한 감정반응이나 재현되는 갈등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적 접근이기도 합니다. 반복적으로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왜곡된 지각에 기반한 대상관계가 재현될 때 경험하는 불안이 경감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나아가 치료자 없이도 스스로 알아차림으로써 문제가 되는 감정, 상황, 갈등을 다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되겠죠.


  인지행동치료, 대상관계 심리치료 등 심리치료의 접근을 살펴보면 결국 공통적인 요인들이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치료적 관계' 중요합니다. 치료적 관계에 얼마나 무게를 두는지, 그리고 치료적 관계 자체가 치료의 매개가 되는지에는 차이가 있지만요. 두 번째는 '알아차림'을 촉진한다는 점입니다. 대상관계 심리치료에서 과거 관계 경험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차리도록 촉진하는 것처럼, 인지행동치료에서도 대인관계에서의 왜곡된 지각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대안적 사고와 행동을 연습하게 됩니다. 다만 인지행동치료는 관계 경험의 재현보다 왜곡된 지각의 내용 자체를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2.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 (1장~2장)


우리가 필요로 하는 관심을 받은 후에야/ 우리의 약점과 갈망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느끼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 대상(object)은 정서적 에너지가 투여된 사람이나 장소, 사물, 개념, 환상 또는 기억이다. (..) 심리학적인 용어인 대상이 문법적 의미로 목적어(object)라는 단어에 상응한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전형적인 문장은 주어와 동사, 목적어의 구조를 가진다. 대상관계 이론도 같은 구조를 갖는다. 주어인 자기가 있고, 동사인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감정 상태가 있고, 그리고 그 사랑이나 미움의 대상이 있다.


● 자기(self)는 나라는 사람과 관련된 의식적/무의식적인 정신적 표상을 가리킨다. 자기는 항상 내적인 이미지이다.


● 대상관계는 자기와 대상과의 상호작용이다.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존재한다. (..) 만약 자기 자신을 비교할 수 있는 외부 대상이 없다면, 자기도 없고 안정된 현실감각도 없다. (..) 공간의 고립 속에서, 그들의 자신의 지남력을 유지하고, 융합과 해체와 자기 상실의 힘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일상과 과업 그리고 지상의 지휘센터에서 오는 명령에 의존해야만 한다.


● 대상관계단위는 자기표상과 내적 대상이 욕동이나 정서로 연결된 것이다. 대상관계단위에서 자기와 대상 간의 구별이 모호해질 때, 이것을 자기-대상이라 부른다. (..) 오르가슴에 비해 생리적으로는 덜 강력하지만 이와 유사하게 친밀한 것은 공감적으로 이해받는 느낌이 주는 따뜻함과 쾌감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가 느끼는 것을 알고 온 마음을 다해 귀 기울이고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자기-대상 경계가 흐려진다. 역으로 다른 사람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는 행위 또한 자기-대상 경계의 흐려짐을 수반한다.


● 이런 반응보다는 불편함을 느끼며 가만히 앉아서, 이런 생각을 수긍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증거만을 지켜보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1부에서는 대상, 자기, 자기-대상 등의 대상관계 심리치료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생 단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황홀하고도 전능한 감정과 불쾌한 감정을 이해하고, 나아가서 관계 속에서 나와 타인을 구분할 수 있고, 관계 속에서 비로소 '자기'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는 점까지 와닿았습니다. 또한 제가 공감에 꽂혀있는 상태여서 그런지, 성인이 된 이후에 경험할 수 있는 유사 공생 상태에 대한 예시 중에서 공감적 상호작용이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자인 Hamilton이 학부에서 문학을 전공해서인지 정신세계나 대상관계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유려한 표현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최근의 심리치료가 수량화, 구체화를 중시하고 있지만 이렇게 풍부한 표현이 심리적인 세계를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통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심리치료/심리상담도 결국 언어를 통해 내담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작업이므로 언어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무뎌지지 않도록 예술과 문화를 경험하고 향유해야 할 필요가 있겠어요.



  안전하고 윤리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공인된 전문가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임상심리전문가(한국임상심리학회), 상담심리사(한국상담심리학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자격을 확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참고한 책들

- Allan G. Frankland. (2014). The Little Psychotherapy Book: Object Relations in Practice. Oxford Univ Pr. 김진숙 역. (2019)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 사례로 보는 치료 안내서>, 학지사.

- N. Gregory Hamilton. (1990). Self and Others: Object Relations Theory in Practice. Jason Aronson Inc. 김진숙, 김창대, 이지연 역. (2007).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 자기와 타자>,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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