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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Jan 02. 2021

[인지행동치료 원리와 기법] 함께 읽기 -2

함께 읽는 즐거움

Photo by Sincerely Media on Unsplash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인지행동치료 원리와 기법>의 후반부, [인지행동치료의 기법]을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후반부는 CBT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관찰과 기록부터 시작해서 인지, 행동, 체험(정서), 수용 등의 구분되는 기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법의 기초와 실제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읽으면서 정리해보기를 권하고, 오늘은 그중에서 '관찰하기'에 대해서 다루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관찰하기


1. 생각


● CBT에서 내담자가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를 깨닫는 것은 변화가 일어나는 데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과정 중의 하나이다.


 내담자가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자동적 사고를 찾아내기 어려워할 때 치료자가 한걸음 나아가 추측하여 알아내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전략을 효과적이지 않다. 상담자가 입에 넣어 준 자동적 사고는 자기 것이라고 느끼지 못할 수 있으며, 또 치료자가 잘못 짚었을 때 내담자 편에서 볼 때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CBT에서 생각을 개입하는 데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자동적 사고와 핵심 신념을 가려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 깨달음을 통해 어떻게 일상생활이 자유로워졌는지 확인하고, 다르게 행동해보는 연습을 함께 합니다. 그럼으로써 나를 괴롭히는 감정과 행동을 다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 CBT를 하다 보면 내담자의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공감되기도 전에, 그리고 내담자 스스로 감정과 사고와의 관계를 알아차리기 전에, 자동적 사고를 다루기 쉽습니다. 책에서는 치료자가 자동적 사고를 '알려주는' 역할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치료자는 공감적인 질문을 통해 어떤 과정을 통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행동으로 이어졌는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책 전반에서 축어록을 읽다 보면 '치료자가 먼저 알려주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 고민해 보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심리상담은 내담자를 위한 시간이지 치료자에게 교육받는 시간이 아니며, 협력이 없는 빠른 개입은 오히려 내담자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떠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2. 정서


 내담자의 경험을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상담자의 공감적 반응이 내담자가 감정을 자각하고 명료화하는 데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내담자의 감정이 명료화되고 그 감정이 재경험될 때, 그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이 겉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Safran과 Segal(2016)이 주장한 것처럼 공감과 인지적 탐색은 철저하게 상호 의존적일 수 있다. 이들은 공감이 내담자에게 자신이 경청되고 이해받는다고 안심시켜 주려는 것이기보다는, 내담자의 내적 경험들을 이해하려는 상담자의 지속적인 시도로 나타나야 한다고 보았다.


  CBT가 다른 치료적 접근에 비해 생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서와 행동도 무척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집니다. 상담실에 오는 것은 괴로운 감정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요. CBT에서는 감정을 충분히 다루면서 '그 정도로 강렬하게 겪지 않을 수는 없을까? 압도되지 않는 정도로 불편/불쾌하다면 다르게 해볼 수도 있지는 않을까?'하는 질문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CBT에서 그 질문을 강조하며 다루는 이유는 치료가 종결되고 다른 도전이 찾아와도 압도되지 않고 스스로 다뤄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책의 전반부 [인지행동치료의 기초]의 '공감적 의사소통'에서도 다루었듯이 공감이란 단순히 감정의 반영뿐만 아니라 공감하기 위한 질문, 맥락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질문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공감적인 반응을 통해 감정뿐만 아니라 생각에 대한 내담자의 자각도 깊어지게 됩니다. 


3. 행동


 일반적으로 개인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는가에 따라 정서가 증폭되거나 완화되는데, 정서는 우리가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마다 정서가 유발하는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기 쉬운데, 이것을 행동 경향성이라고 한다.


 행동은 거의 즉각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내담자가 자신의 역기능적 행동 경향성을 파악하는 것, 더 나아가 감정에 압도되어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대안 행동을 찾고 연습하는 것은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그 첫걸음은 내담자가 특정 감정에 뒤따르는 본인의 행동 경향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하는 것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구절은 얼마나 감정이 강력한지, 그리고 그 감정 때문에 후회할 행동을 벌이게 된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령 화가 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입을 닫아버리면서 회피하고, 누군가는 폭발적으로 쏘아붙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람마다 굳어진 감정에 대한 반응이 있기 마련이라는 점인데요, 스스로에 대해서 돌이켜보면 아마 공통적인 반응들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공통적인 반응을 행동 경향성이라고 한다는 거죠.


  CBT에서는 이 행동 경향성도 함께 살펴봅니다. 우리는 감정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전후의 행동 때문에 또다시 감정이 시작되거나 악화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어떤 과정을 통해 감정이 더욱 악화되는지, 생각이나 행동의 영향을 없는지 확인합니다. 내담자의 주요 호소 문제에 따라서 연쇄작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행동 계획을 짜보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습해보고 일상생활에서 실행해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은 감정뿐만 아니라 행동과 생각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살기보다, 감정이라는 열쇠로부터 시작해서 감정을 포함한 내 마음을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연습인 셈이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56832



  안전하고 윤리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공인된 전문가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CBT를 가장 많이 연구하고 시행하는 전문가 집단은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권정혜, 2018). CBT를 고려하신다면, 임상심리전문가(한국임상심리학회), 인지행동치료전문가(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자격을 확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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