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쓴다는 것'에 대하여

나오미 배런 '쓰기의 미래' 북리뷰

by 심리탐정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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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적으로(?) AI 관련 콘텐츠를 많이 접하는 시기다. 미디어에서는 코칭이나 심리상담이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으로 인용하지만, AI가 (인간보다) 충분한 공감을 표현하고, 놀라운 통찰력을 준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이미 동의하고 있다. 나는 'AI가 코칭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놀랍거나 두렵지는 않다. AI 답은 보편적인 답변이자, 평소의 내 생각과 선호도가 반영된 답에 불과하다(이는 코칭의 원래 철학은 '당신에게 답이 있다'라는것과 유사하다), 그 답이 화면에 콕콕 찍혀 나오는 것을 마치 '의미에 집착하는 인간'인 우리가 AI를 의인화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 뿐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AI의 답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결국 중요한 건 “AI의 답변이 뭐였는가" 보다 “내가 속한 집단의 사람들이 그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그래서 AI랑 떠들면서 혼자 난리 부르스 치는 것보다 밖으로 나와서 의미 있는 타인들과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누었을 때의 느낌이, 우리의 변화 동기에 더 강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신한다.


여기까지는 AI 코칭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둔 셈인데, 사실 나는 ‘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사실 작년에 내가 하는 일 가운데 '쓰기' 영역은 AI 도움을 받으면서 진심으로 입이 딱 벌어졌다. 그 감정은 뭐랄까.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고, 앞으로의 나의 생산성에 혁신을 가져다줄 것 같아 기쁘기도 했지만, 그나마 내가 자신 있는 분야가 글쓰기였는데 남들도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것에 살짝 서운하기도, 무력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위축된 마음에 어떤 것을 집필하려고 했다가도 금방 마음이 식었다. (그러다가 어쨌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영역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요약, 정리, 통찰, 제안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현재 '무언가'를 집필중이긴 하다)


이 과정에서 <쓰기의 미래> 책을 읽게 되었다. AI 도움을 받으면서 글쓰기를 하는 데 윤리적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 글은 나의 창의성인가 AI의 창의성인가. 혼란스러웠던 지점에 대해 어떤 면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강해졌고(이건 두렵다기 보다는 호기심의 차원으로 positive로 변함), 또 어떤 면에서는 전문 언어학자의 의견에 동의가 되면서(기술을 배척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성을 포기하지 않는 선 찾기)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AI 글쓰기에 대해 정리가 되긴 했다. 그리고 실제 집필하는 과정에서 AI 도움은 받지만, 그 결과를 검증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니..... 이렇게 쓰는 것이 노가다의 혁신인지, 혁신을 위한 노가다인지... (?) 솔직히 분간은 안된다. ㅎㅎ 아무튼 압도적인 불안에서 벗어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고, 새로운 영역에 대한 배움을 몸소 체험 중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대로 AI든, 저자이든, 누구에게 copyright가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하게 할 것은 1) 창의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특히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2) 그리고 인간은 왜 쓰려고 하는지, 3) 당신은 왜 쓰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AI를 활용하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정리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동의한다. AI의 쓰기 결과를 그대로 갖다 붙일 때 나는 여러 생각이 든다. 나에게 맞지 않는 화장법으로 치장한 느낌도 들고, 어떤 부분은 빈약하고,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메시지의 균형을 더 살피게 된다. 또 어떤 부분을 어떻게 더 이어붙여야 글의 분위기가 사는지도 고민하게 된다. 결국 책을 내고 나서야 이불킥 하면서 '으으 창피해' 하는 과정은 덜 수 있다.(논리적 전개에는 AI 도움은 필수인듯) 그리고 AI와 내가 합의를 이룬 지점을 다시 생각하고, 찾아보고, 덧붙이고, 또 다시 생각하고, 고치는 과정은 진짜 '쓰기의 미래' 버전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겁먹지 말자. 그냥 두지 말자. 마구 체험해보자.


*덧붙여, 이 책은 그 자체로도 읽어볼 만하지만, 뒷부분 엄기호 님의 '셋이 추는 춤' 해제본이 가장 마음에 든다. 특히 연기론(緣起論)을 저자와 AI와의 관계에 적용한 대목은 꽤나 멋진 비유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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