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된 이유, 그리고 글을 쓰는 이유

by 정신과의사 감성돔


디아블로만 주구장창하던 고등학교 1학년 그리고 2학년

어느샌가 나도 문득 ‘나중에 뭐 해 먹고 살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공부를 아예 안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했던 것도 아닌 그냥 어중간 했던 그때.

질풍노도의 시기.


나름대로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했었다.

“나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가?”

그 질문에 떠오른 순간은 바로 '남들이 나로 인해서 웃을때' 였다.

내성적이고 웃긴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있을때 가끔

나때문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는 그런순간들이 있었다.

내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환하게 웃는 순간들.

그런 순간에 나는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스스로를 냉정히 봤을 때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개그맨이 되기에는 나의 끼와 능력이 부족했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때, 도움을 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여러 직업들이 있었으나 기왕 목표를 잡는거 높게 잡기로 했다.

의대에 가는 것으로.

하지만 그 당시 내신성적으로는 사실 불가능한 목표였다.

(아마 나보다 고1,2 내신성적이 나쁜 의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다.

고2 2학기부터 미친 듯이 공부했고 결국 재수까지 해서 의대에 운 좋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내신 성적을 조금만 반영해 준 나의 모교에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언제부턴가 내 목표는 정신과의사가 되었다.

아마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상담을 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면담을 통해 상대방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함께 알아가면 치료한다는 것이 매력적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정신과는 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던 인기과였다.

치열한 경쟁 끝에, 또 한번 운 좋게 정신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너무나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을 만나 덕분에 한명의 정신과 전문의로 탄생할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소신대로, 나의 방식대로

찾아오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자는 일념으로 지금은 자그마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의사가 된 이유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남들에게 나의 존재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때

나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솔직히 살다 보면 이 다짐을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초심을 떠올릴때마다 다시금 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운이 좋은편이다.

직업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그리고 요즘 깨닫게 되었다.

비록 부족하지만 글을 통해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을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글을 적는다.

내 생각을.

내 마음을.

그리고 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브런치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