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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나 Oct 26. 2020

‘오늘'만 할인합니다!


점포에서는 요일마다 다른 행사가 진행된다. 월요일, 화요일은 수제맥주 5천원 캐시백, 수요일은 득템데이, 금요일은 신상데이 등. 그리고 고객들은 다른 제품을 고르려다가도 요일 할인 제품으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 역시나 마감해보면 요일 할인 상품이 제일 많이 판매된 것을 볼 수 있다. 아니, 그럴거면 좀 오랫동안 할인 행사를 하면 안되나? 왜 꼭 그 날만 할인을 진행하는 것일까?


쏠쏠한 수요일 CU 득템데이



수요일 11시, 득템데이!

 요즘 멤버십 앱 포켓CU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득템데이’를 진행한다. 11시가 되면 선착순 2만명에게 50%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고객 반응은 당연히 뜨겁다. 보통 10분 안에 할인 쿠폰이 모두 소진된다. 심지어 쿠폰 행사 상품이었던 3XL 햄버거 시리즈는 행사 전월 대비 40.6%나 매출이 올랐다. 

 아니, 이렇게 잘 되는데 왜 수요일만 쿠폰을 증정하는 것일까? 일주일내내 나눠주면 고객들도 쿠폰 받으려고 오매불망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점포도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득템데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로 ‘시간 제한’ 때문이다. 



11시에만 주기 때문에 생기는 소중함

 그렇다. 쿠폰을 매일 나눠줬으면 이렇게까지 고객들이 목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선착순 2만명에 들어야 겨우 쿠폰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그 소중함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다 시간 제한 때문이다. 밤 11시에 문을 닫기 일보직전인 매장에 할인 제품을 사러 매장으로 뛰어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시간 제한으로 제품에 희소성이 생기는 것이다. 

 더구나 시간 제한이 생기면 사람들은 미래의 가치보다 현재의 가치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이를 실험으로 증명해내기도 했다. 실험자에게 지금 당장 받아야하는 10만원을 만약 1달 후, 1년 후, 10년 후에 받는다면 얼마를 받아야 할 것 같은지 적어보라고 했다. 조사가 끝난 후, 실험자들이 적어낸 금액을 살펴보니 평균 한 달 후에는 3만원 더 많은 13만원, 1년 후에는 35만원, 10년 후에는 70만원 정도를 현재의 10만원과 비슷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어쩔수없이 미래에 받아야 한다면 현재보다 더 높은 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당장 1시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어떻게 10년을 기다리라는 것인가. 그러니 10년 후에 받을 금액은 원금에 이자, 여기에 혹시 모를 위험할증까지 더한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오늘 이익을 취해 위험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요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래서 미래의 가치를 재어보기보다 당장 가짐으로써 나중에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 시간 제한은 사람들의 특성을 이용한다. 가치와 현재의 가치를 비교하게 함으로써 비교적 확실한 가치를 가져다주는 현재의 할인에 만족하게 만드는 것이다. 

 CU는 이러한 장치를 여러 곳에 숨겨놓았다. 월요일, 화요일은 수제맥주 5천원 캐시백, 수요일은 득템데이, 금요일은 신상데이로 말이다. 점포 안에 그 어느 곳에도 ‘오늘 당장 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현재의 가치를 미래의 가치보다 더 크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고객들은 ‘오늘만 할인!’이라는 문구에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일주일 후 물건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을 나를 상상하며 현명한 선택이라고 위안 삼으면서 말이다.



CU 사보 'I LOVE CU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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