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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나 Apr 06. 2021

방송가와 유통 업계가 짜고 치는
미디어 커머스

 최근 유통 업계가 방송가와 합작하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미디어 커머스'가 뜨고 있다. 기존처럼 방송 중간에 협찬받은 상품을 이용하는 방식의 PPL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유통 기업과 방송사가 결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미디어 커머스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너무 속 보이는 PPL

중국어로 써있는 비빔밥 PPL이 왠말인지;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주인공이 뜬금없이 음료수병을 만지작거린다. 심지어 카메라 쪽으로 상표가 보이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똑같은 음료수병이 배치된 것이 눈에 띈다. 누가 봐도 PPL(Product Placement; 간접 광고)이다. 드라마 맥락에도 맞지 않는 데다가 너무 노골적인 속셈에 음료수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은 커녕 오히려 거부감만 든다. 

 물론 유명 배우나 프로그램 인기에 편승해 PPL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방송 흐름과 전혀 상관없는 PPL 사용에 오히려 브랜드에 흠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어떨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 심지어 요새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아닌 '60분짜리 광고'를 내내 시청하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기획하는 미디어 커머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특정 제품, 맥락과 상관없는 ‘먹방’, ‘쇼핑’ 장면 등 노골적 PPL로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통상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까지 드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PPL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드라마,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 기획 초기 단계부터 방송사와 유통 기업이 협업해 방송 스토리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녹이고, 구매까지 연결한다. 이를 '미디어 커머스'라 한다. PPL은 이미 완성된 콘텐츠에 협찬 형태로 상품을 노출시킨다면, 미디어 커머스는 프로그램 초기 기획 단계부터 협의가 이뤄져 더욱더 자연스러운 연출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덜 느끼고, TV에서 화제를 모은 상품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어 오히려 이를 반긴다.

편스토랑 방영 다음날 편의점에 상품이 풀린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KBS에서 방영하는 ‘신상출시 편스토랑’이다. 편스토랑은 국산 식자재를 주제로 6명의 연예인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CU가 프로그램 제작부터 상품 출시까지 직접 지원했다. 1등을 한 우승 상품을 방송 다음 날 전국의 CU 점포에 출시해 소비자들이 TV에서 본 상품을 구매하고 즐길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이영자의 우승 메뉴 ‘파래탕면’은 출시 이후 3주 연속 CU 컵라면 매출 1위를 차지했고, 이경규가 개발한 ‘꼬꼬 덮밥’은 판매 시작 이틀 만에 즉석 덮밥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각종 SNS에서는 '마장면', '미트 파이'를 먹고 후기를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질 정도였다. 이러한 매출 고공 행진에 CU는 KBS와의 계약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다른 방송사에도 미디어 커머스 프로그램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SBS는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전화 통화로 고구마 판매를 요청하는 장면을 담았고, 그렇게 화제를 모은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는 이마트 전국 매장에서 6일 동안 무려 160t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는 다시마 판매를 요청했는데 바로 기존 오동통면에 다시마를 2장 넣은 '오동통면 맛남의 광장'이 출시되었다. 반응은 말할 필요도 없다. 착한 가격에 갓뚜기 이미지까지 더해져 온라인 판매 이틀 만에 초기 물량이 완판되었다.



상품 속 의미를 소비하는 요즘 사람들

 유통 업계에서 미디어 커머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PPL의 광고 효과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도 있지만, 달라진 요즘 세대들의 쇼핑 방식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요즘 세대들은 백화점이나 마트, 점포에 가서 비싸고 좋아 보이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콘텐츠 속에 의미가 담긴 상품을 구매한다. 결국 젊은 세대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것은 상품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가이다. 

 그들은 보고 있던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물건이 판매 목적이라는 것이 인식되는 순간, 바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데 속셈까지 보이니 말이다. 그 반면, 프로그램에 재미와 스토리가 더해지면 상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 그리고 그 스토리 속에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상품이라면 구매를 마다하지 않는다. 거기에 ‘우리 농산물 살리기’, ‘수익금 기부' 등의 의미까지 더해지니 구매만 해도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상품 홍보하려면 차라리 미디어 커머스처럼 처음부터 작정하고 프로그램 기획했으면 좋겠다. 억지로 스토리 속에 상품 끼워 홍보하지 말고. 다 티 난다. 


CU 사보 'I LOVE CU 2020년 7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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