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한나 Sep 28. 2019

우리나라의 힙함을 전세계가 탐내다

할머니 호랑이 담요가 아마존에서 개간지템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들이야!

방탄소년단이 이렇게나 인기 있을 줄 몰랐다. 심지어 비틀스와 버금가는 보이밴드라 칭할 정도이다. 방탄소년단뿐만이 아니다. 블랙핑크, 엔시티 127, 트와이스 등 아이돌은 물론이며, 심지어 조선 시대 갓도 멋지다고 박수받는다. 창고에 넣어두었던 할머니 호랑이 담요도 아마존에서는 비싼 돈에 팔리고, 호미를 ‘혁명적 원예용품'이라며 찬사를 보내오는 판국이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야. 



K-Pop 수출 역군, 방탄소년단

땡큐, BTS. 땡큐, 방탄소년단!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방탄소년단은 2015년 중반부터 전 세계 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심지어 올해 4월에 낸 앨범 ‘LOVE YOURSELF는 전 세계 대중 음악계의 목표인 미국 빌보드 차트는 물론이오, 영국 오피셜 차트, 일본 오리콘 차트 등 세계 주요 음악 차트 1위를 빠짐없이 달성했다(사실 미국 빌보드 차트의 메인인 '빌보드 200'의 1위는 벌써 세 번째라 별로 놀랍지도 않긴 하지만 말이다.). 차트 1위 달성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에 올린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뮤직비디오는 공개한 지 하루 반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건을 넘겼다. 전 세계 최단기 기록이다. 정말 어마무시한 수준이다. 이들의 인기는 단순히 전 세계 청소년들의 함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적 가치만 해도 연간 5조가 넘는다.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인기를 유지한다면 향후 10년간 56조 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데, 이는 작년에 치러진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다.

 방탄소년단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의 K-Pop 수출 역군이 방탄소년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랙핑크도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 등 총 23개 도시를 순회하며 월드투어를 성공리에 치렀고, 그 뒤를 이어 엔시티(NCT) 127, 트와이스도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오히려 요즘은 어색한 발음으로 케이팝을 따라부르는 해외 팬이 훨씬 많은 시대가 되었다.



드디어 우리나라의 때가 왔다

 이게 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덕분이다. TV·라디오 등 주류 미디어에서 K-Pop을 소개해주지 않더라도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로 비주류인 K-Pop을 접할 수 있다. 때를 잘 만나기도 했다. 오픈마인드가 기본적으로 탑재된  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를 만지며 동화책을 스와이프해서 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다. 그리고 SNS와 유튜브로 세상 곳곳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성장했다.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를 접하며 자랐으니, 인종 차별, 국적 차별, 성차별이란 개념을 오히려 아이러니하게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차별 요소가 아니라 그냥 그들과 내가 ‘다를 뿐이다'. K-Pop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세대에게는 소수 문화로 한번 들어볼 만한 콘텐츠에 지나지 않았다면, Z세대에게는 그냥 다양한 콘텐츠 중에 마음에 드는 콘텐츠일 뿐이다.

 게다가 Z세대는 이미지나 영상 기반의 시각적 콘텐츠에 익숙하다. ‘듣는 즐거움’보다 ‘보는 즐거움’을 찾는 세대이다. 이러한 그들에게 K-Pop은 외국어 가사로 구성된 ‘듣기 어려운' 콘텐츠로 어필하기보다, 요정 같은 비주얼에 다양한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로 ‘보기 좋은' 콘텐츠로 다가갔다. 여기에 더해 멤버 선발, 연습 과정, 안무 동작과 복장을 정하는 등 무대에 오르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해 전 세계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데 성공했다.

 요즘 팬들은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는다. 일명 ‘번역계’라고 불리는 팬들이 멤버들의 트윗이나 각종 영상을 번역해 올려 한국말을 모르는 해외 팬들도 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안무가 나올 때마다 춤을 따라 추는 커버 댄스 영상으로 화답한다. 이렇게 재생산되는 콘텐츠로 팬들이 또 다른 팬들을 모아온다. 케이팝 노래의 원곡을 먼저 접하고 팬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팬들이 만든 콘텐츠를 본 뒤 원곡을 찾아 듣고 팬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이제 막 팬질을 시작하는 팬들이 볼 것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보겠다고 투덜거릴 정도이다.

미국 Walmart에 올라온 'K-beauty를 알아보자' 광고

 이렇게 한번 K-Pop에 빠져들면 뷰티, 패션 영역으로 관심이 확장된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들의 메이크업 법을 영상으로 설명해 주는 유튜브를 보면서 그들의 화장법을 따라 한다. 조회 수가 수십만개에서 수백만개에 달하니 이제는 해외 유튜버와 블로거들도 가세해 '한국식 화장법 Korean makeup' 'K-뷰티 화장법 K-beauty makeup' '걸그룹 메이크업법' 등의 콘텐츠를 쏟아낸다. 스마트폰 셀카 열풍도 K-뷰티를 전세계로 실어보내는데 일조했다. SNS에 공유하기 위한 셀카 화장법인 ‘소셜 뷰티’가 성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하두리, 싸이월드 등의 SNS 서비스를 거치며 일찌감치 셀카 문화가 발달한 나라가 아니던가. 당연히 셀카를 돋보이게 하는 피부 보정법이 발달한 것은 물론이요, 이에 필요한 쿠션, 팩트 등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 인제야 셀카를 찍기 시작한 전세계의 화장 인구가 알아보기 시작했을 뿐.  

드디어 전 세계가 한국의 감각과 스타일을 소비할 타이밍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원래 힙하다 


 “킹덤은 좀비와 멋진 모자에 관한 드라마다.”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인 ‘킹덤’이 뜻밖의 아이템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바로 조선 시대 모자 ‘갓’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탓에 갓과 정자관, 사모, 전립 등 다양한 모자가 등장하는데, 킹덤 1부가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1억 4000만 명의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에 환호성을 질렀다. 심지어 이들의 반응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 ‘갓 Gat을 판매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우리도 일생에 한 번 살까 말까 한 데 말이다.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개간지템, 할머니 담요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는 의외의 제품은 갓뿐만이 아니다. 너무 화려해 촌스럽기까지 한 호랑이 극세사 담요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심지어 아마존에는 150개가 넘는 ‘코리안 그랜마 블랭킷 Korean Grandma Blanket’이 판매되고 있다. 주로 호랑이, 장미꽃 등의 장식이 전면으로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만 원 정도에 팔리는데, 아마존에서는 거의 11만 원에 팔린다. 상품 리뷰에는 ‘이국적이다’, ‘고급스럽다’라는 평이 이어진다. 보기에도 좋고, 벨벳 소재 담요가 촉감이 부드럽고 따뜻해 실용적이란다. 

 심지어 유튜브 CEO가 찾아오는 할머니도 있다. 바로 박막례 할머니이다. 어느 날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이라는 유튜브로 유명해진 할머니는 71만 명의 구독자를 이끄는 우주 대 스타가 되었다. 미국 패션지인 보그, 영국 로이터 통신 등 해외 언론매체에 등장할 정도이다. '강남 스타일'만큼은 아니지만 '할매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통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방탄소년단은 비틀스와 비교될 정도로 어마어마해졌고, 내팽개쳤던 할머니 담요는 힙한 인테리어 제품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정원을 가꾸겠다며 밭 가는 호미까지 아마존에서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루고 있다. 당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오히려 촌스러워하는 모든 것이 우리나라 밖에서는 힙함 그 자체이다. 그러니 외국인한테 ‘두유 노우 싸이?’ 좀 그만 물어보자. 그게 더 촌스럽다.  



참고문헌 

뉴스원, [다시보는 K뷰티⑦]이번엔 K팝 타고 전세계로…'방탄소년단' 후광효과, 2018. 09. 07. http://news1.kr/articles/?3417304 

한국경제, 新한류의 힘…'K콘텐츠' 수출 5兆 넘었다, 2019. 05. 31.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9053018151 

머스트 뉴스, Z세대, ‘다양성’을 인정하며 ‘실용성’을 챙긴다, 2019. 08. 13.

http://www.mus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5 

이코노미 조선, 집에서도 왜 안 벗지?…서양에서 뜻밖의 ‘갓’ 열풍, 2019. 02. 25.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5&t_num=13606593


방위사업청 사보 '청아람 97호'에 실린 글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신뢰를 위한 비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