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중부유럽 여행기 - 9. 가자 프라하로!
일찍 쉰 덕분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은 프라하로 가는 날. 이동하는 날은 원래 정리하고 짐 싸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전 날 밤에 다 해 놓고 잤더니 한가했다. 기차 시간까지 호텔에 죽 치고 있을 수는 없어서 체크인을 마치고 빈 중앙역으로 향했다. 오스트리아 대표역답게 빈 중앙역에는 많은 열차들이 출발하고, 도착했다. 아직 우리가 탈 기차가 전광판에 보이지 않아 마실 가듯 마트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 기차 시간에 맞춰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 국경을 따라가다가 체코로 들어가는 경로였다. 헝가리에서 올 때도 느꼈지만 개방적인 국경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아마 평생 신기하지 않을까 싶다. 기차에서 잠도 자고, 드라마도 보고,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출발한 지 4시간 여만에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도착했다. 기차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역 내부의 풍경이 뭔가 다시 부다페스트로 온 듯한 느낌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을 가서 플로렌스 역에 내렸다. 숙소는 플로렌스 역 바로 앞에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니 유럽 여행 중 제일 큰 방이 우릴 반겨줬다. 여행의 막바지, 그동안 이동하느라 대충 정리했던 짐을 정리하기 완벽한 크기였다. 간단히 정비를 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점심은 숙소 인근에서 베트남 음식을 먹기로 했다. 쌀국수와 분짜 그리고 오리고기 덮밥을 먹었다. 역시나 입맛에 맞아 맛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음식을 먹으며 여행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트램을 타고 프라하 구시가지로 향했다. 화약탑부터 시작해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 천문시계를 거쳐 카를교까지 걸어서 산책하는 코스였다. 관광지가 구시가지에 몰려있다 보니, 가는 길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들 주변 건물을 두리번거리고, 사진 찍는 모습이 영락없는 관광객들이었다. 우리도 그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건물들을 구경하고 사진 찍기 여념 없었다. 관광객이 제일 많은 곳은 프라하 천문시계 앞이었다. 정각이 되기 5분 전쯤 도착해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정각이 되면 시계탑의 이벤트가 있을 거라는 느낌이 있어 정각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역시나 시계 위 조그마한 창문에서 인형들이 한 바퀴 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별거 아닌 소박한 게 나름 매력 있었다.
역시나 사람들로 가득했던,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통행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없었던 카를교를 지나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러 수제맥주집으로 향했다. 체코와 가장 익숙한 것은 코젤 맥주였던 나로서는 수제맥주집의 맥주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사슴으로 만든 신기한 소시지와 함께 점원이 추천해 주는 수제맥주 샘플러를 마셨다. 우리에게 익숙한 맛들도 있고 전혀 처음 먹어보는 맛들도 느낄 수 있었다. 평균적이고, 표준화된 맥주가 아닌 가게의 특성을 담아낸 수제 맥주의 매력이 있었다. 사슴 소시지는 신기해서 시켰지만, 너무 짜고 특유의 냄새가 있어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샘플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맥주를 한 잔 더 시켜 마시고 가게를 나섰다.
트램을 타고 프라하의 전경을 보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동안의 여행을 돌이켜 보고, 하루를 돌이켜 보니 프라하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