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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4일간의 추억 그리고 기록

Chapter IX. 후라노에서만 가능한

by 시간제기록자

2016년 7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일본 홋카이도.



1. 후라노 오므카레


후라노 와인공장에서 후라노역 근처 오므카레 가게까지 걸었다. 30분 정도 천천히 걸었더니 배가 많이 고팠다. 후라노라는 도시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오가는 인적도, 자동차도 만나기 어려운 그런 마을이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간 오므 카레 가게 마사야는 달랐다. 후라노에 온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와있는 것처럼 사람들로 가득했고 시끌벅쩍했다.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십분정도 기다렸다.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거의 중화권에서 온 관광객들인 것 같았다. 그들의 블로그에 맛집으로 소개되어 있는 것일 테지.



후라노에는 오므카레가 유명하다. 후라노의 오므카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후라노산 쌀과 달걀, 치즈, 버터 등을 사용해야 하고 중앙에 조그만 깃발을 꽂아야 하며 후라노 우유를 함께 제공하고 요금은 1,000엔이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후라노를 찾게 하는 나름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므카레는 맛있었다. 하이라이스 느낌이 더 났다. 오므라이스를 즐겨먹지 않는 동행도,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나도 둘 다 맛있게 먹었다. 같이 시킨 야끼소바는 그에 비해서는 조금 별로였다. 이번 여행 내내 음식이 짜서 고생했는데 이 야끼소바는 오히려 좀 싱거웠다. 조금만 더 잤다면 좀 더 맛있지 않았을까 싶다.


2. 라벤더를 보기 전까지


후라노에서 라벤더가 피어있는 팜도미타까지는 노롯코 기차를 타고 갔다. 굉장히 오래된 기차였다. 타면 기념 티켓도 주는 신기한 기차다. 기차를 타고 여름에만 임시로 운영되는 라벤더 바타케역에 도착했다.



라벤더 바타케역에 도착하면 보랏빛이 잘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라벤더가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절정이라고는 하지만 7월 초여도 어느 정도는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후라노 와인공장 옆에 있는 자그마한 정원에서도 라벤더가 얼추 보랏빛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내려서 팜도미타쪽으로 걸어가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보랏빛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밑에 유채꽃으로 추정되는 노란빛이 더 잘 보였다. 흐리멍텅한 보라만 보였기 때문에 조금 실망했지만 어느 정도는 각오한 것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선 노랑 가득한 유채꽃밭으로 향했다. 노란 유채꽃 틈바구니에서 노란빛을 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평화로웠다. 만족스러웠다.


유채꽃을 구경하고 그나마 보랏빛이 잘 보였던 팜도미타의 이로도리 꽃밭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진상 여행자에 대한 단상


여행하는 여행자는 긍정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일상에서 발휘할 수 없는 용기를 발휘하게 되죠.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긍정적으로 발현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여행자라는 익명성, 거기다가 외국인이라는 일종의 특권이 겹쳐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죠. 일종의 진상 여행자입니다.
후라노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외국인 여행자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기차에서 신발을 신고 의자 위에 올라가는 아이들을 제지하기보다는 그저 자기 할 일 하는 외국인 부부, 질서를 지키며 열차를 타고 내리기보다는 무조건 먼저 타려고 내리기도 전에 타는 모습.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보다 유난히 이러한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러한 여행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행하는 동안 지나가는 손님으로서 행동하려 노력했습니다. 내 행동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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