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모자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나 봅니다. 그대의 낯선 모습을 받아들일 마음이.

by 노푸름

늦은 밤 불을 켜보니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얀 속살을 비치며

발가벗겨져 있었다


아픔을 삭히고 있는 그대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라곤

고작 이 한마디


"무슨 색 모자가 좋을까?"


송두리째 뽑힌 마음 속에

모자를 눌러써 보지만

흐르는 눈물은

감춰지지 않는다


나도 이리 낯선데,

당신은 얼마나 낯설고 두렵나요


익숙하지 않은 그대 모습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슬픔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 없는 지금

나는 낯설고 무섭다


그보다 무서울 그대

이별을 말하는 그대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우리는 이별일 것 같아

눈물만은 안 돼


울고 싶지만

울 수 없고

삭혀내고 싶지만

삭혀지지 않는

이 슬픔은

명치 언저리에 얹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억지로 손을 넣고

게워내고 싶어도

애먼 헛구역질만


슬픔은

내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기어린 그대 모습은

바람을 타고

서서히

옅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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