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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삭 Aug 24. 2023

아이디어는 멍 때릴때 나온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법


"탁월한 아이디어란 근거 없는 사념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죠." -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 디자이너 손혜원. 지금은 전직 국회의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기가 막힌 브랜드네이밍과 로고 디자인으로 성공한 사람. 우리의 생활 일부가 되어있는 상품들의 대부분이 손혜원의 작품이다. 까스활명수, 후시딘, 정관장, 참이슬, 처음처럼, 청하, 순창고추장, 비트, 다이소, 딤채..


모두가 익숙해져있기에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지지만 엄청난 작명센스고 아이디어다. 생각해 보라. 소화제 음료 하나 놓고 '까스활명수'라는 브랜드네임을 만들어 냈다. 도대체 '까스' '활' '명' '수' 이 4단어를 어떻게 생각해냈는지도 궁금하며, 어찌도 이리 입에 딱 붙도록 맛깔나게 단어를 조합해냈는지 대단하기만 하다.


손혜원은 저서에서 자신만의 작업방식을 공개했는데 황당할정도로 심플했다. 브랜드네이밍 의뢰가 오면, 그 상품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관련단어도 사전에서 찾아보는 등 노력을 며칠 하다가 자신의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운동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산책도 하고 TV도 보고 그냥 자신의 생활을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이디어는 짜내는게 아니었나? 책상에 앉아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자료를 찾고 또 찾고 며칠 몇시간을 고생해야 되는거 아니었나? 아니었다. 그렇게 짜내는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라고 볼 수 없는 틀에 박힌 고루한 생각, 관습과 관례에 여전히 얽매여 있는 것들이 많다. 진짜 탁월한 아이디어는 그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상황과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그냥 천재 디자이너 손혜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의문도 가져볼 수 있다. 타고난 사람이라 그럴거야. 똑똑한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겠지. 그런데 뇌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이 된 사실이다. 우리의 뇌에는 멍 때리거나 휴식할 때 유난히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 그 부위를 '유레카 영역'이라고 하는데, 이 부위는 창의성과 연결된 두뇌회로다. 유레카 영역은 우리가 무엇인가 집중할 때에는 활성화되지 않다가 편안히 휴식하고 있을 때 활성화되어 뇌의 각 부위를 연결, 기억을 통합하고 궁극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휴식은 창의성의 원천이었다. 쉬지 않는 사회에 창의성이란 있을 수 없다. 피로사회 대한민국에 창의성이 부족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휴식을 죄악시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쉬기만 한다고 창의성이 나오는 것은 아니리라. 손혜원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다음에 쉬었다. 찾아보고 공부하고 암기하고 아이디어를 위한 기초자료는 열심히 수집해야 한다. 그 기초자료들은 내가 편안히 쉬고 있을 때, 멍 때릴 때 나도 모르게 조합되어 탁월한 아이디어로 떠오른다. 아이디어에 고픈 이라면 이제는 내 뇌를 믿고 한번 편안하게 쉬어보자. 누구든지 유레카 영역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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