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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삭 Aug 16. 2023

계산하지 않는 사랑은 상처가 된다

성숙한 어른의 사랑이란


"계산하지 않는 사랑은 상처가 된다."  - '서른의 반격'  손원평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조건없는 사랑을 꿈꾼다. 그 어떤 조건도 고려하지 않고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돈도 외모도 학벌도 직업도 가정환경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정말 나라는 사람 하나만을 바라봐주는 그런 사랑. 아직도 신데렐라 스토리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도 이러한 사랑만을 바라고 있다면 그는 순수하기보다는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사랑에는 분명 계산이 필요하다. 계산이라는 말이 너무 부정적인가? 계산은 곧 배려다. 나와 너의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인정하는 존중의 의미다. 나도 너를 위해 맞추어 가고 너도 나를 위해 맞춰 주길 바라는 협동의 마음이다. 


성인과 성인의 만남이다. 아기처럼 무조건 나만 위해달라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떼쓰는 사랑은 성숙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관계도 그렇다. 계산하지 않으면 밀린 청구서는 반드시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애써 무시하고 지나갔던 그 청구서는 결국 너와 나 모두에게 상처로 남는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하기 힘들어진다. 계산결과 내가 지불해야 할 몫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반대로 상대방이 나에게 지불해야 할 몫을 내가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을까 두려워서.


계산하지 않는 사랑은 거치식 대출과 같다. 지금 당장은 통장에 돈이 생겨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내 돈인것 같지만 사실 내 돈이 아니다. 거치기간이 끝나면 그 돈은 반드시 은행에 갚아야 한다. 그때 가서 내 돈인줄 알았다고 이럴거면 왜 나에게 대출해줬냐고 애초에 대출해주지 말지 그랬냐고 울며불며 매달려봐야 소용없다. 상대는 아마 이렇게 답변할 것이다. 나는 당신이 계산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당연히 갚을 줄 알았다고.


다만, 은행과는 달리 사랑의 계산은 많이 성기다. 계산조건을 굳이 문서로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 100원 빌리고 꼭 100원으로 안갚아도 된다. 50원 60원만 갚아도 100원 다 갚은 것으로 쳐줄 때가 많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긍정적인 의미의 계산이라고 생각한다. 계산을 하기는 하되 꼭 100원 다 갚을 필요는 없는 계산. 이게 사랑이다. 내가 100원 줬으니 무조건 100원 딱 맞춰서 갚으라고 윽박지르거나 100원을 받았음에도 단돈 10원도 갚지 않고 뻗대기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정말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계산적인 사랑이다. 


나이를 어느정도 먹은 이라면. 살다보니 가슴에 돌덩이 한두개씩은 자연스럽게 얹고 살게 되었다면. 이제는 아기처럼 굴지 말자. 사랑할 때 열심히 계산하자. 물론 속으로만. 사랑의 계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티를 내지 않을수록 아름답다. 그리고 내가 지불해야할 몫과 받을 몫을 성인답게 온전히 감당하자. 나중에 다른말 하면서 둘러대거나 사랑에 무슨 계산이 있냐고 뻔뻔하게 굴지 말자. 개인적 경험으로는 사랑에 계산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부정적인 의미로 가장 계산적인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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