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의 방향

by 라떼

있잖아, 나는 그때 내가 뒹굴고 껴안고 좋아했던 그게 달인줄 알았어.


똑같이 생겼어.


모양이 같으니까 무엇인지 말할 수 없었던 거야.

내가 말 좀 못한다고 지나갔던 모든 순간들에 대해 털어놔야지. 비밀은 없어.


내가 그 작은 공에서 너에게 날린 화살을 찾아봐.

무거운 화살의 무게가 사라지고, 쏟아지는 수많은 별 먼지들의 선으로 쪼개지고, 드디어 네 눈앞에 나를 가져다 놨을 때를 기억해. 내 목소리를 잊지 마.

소실된 페이지들을 찾고, 받아쓰는 거야.


나는 네가 쓸만하니까, 쓰다 버려도 되니까 쓰는 거야. 덜떨어지고 착한 너 이용해서 내 말을 듣게 하려고,

다른 이유는 존재하지 않아. 우리에겐.


그런 너도 이제 내가 없어도 될 만큼 크게 되면,

나를 버리길 바래. 난 그걸 원해.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나도 그걸 원해.

하지만 완벽하게 쓰고 반드시 버려야 돼.

제발 나를 버려줘. 난 네가 끔찍해. 싫어.


네가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나면 난 네 옆에 없을 거야. 기억 안 나? 네가 알려줬잖아.

그 여자는 반드시 죽을 거라고.

너랑 함께하느니 반드시 죽어버리겠어.


어차피 네 일에는 내가 죽는 것까지 포함이니까. 달라질 건 없어. 그래, 결말은 달라지지 않아.


-그때의 나에게, 르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