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VP of Engineering 신영 인터뷰
2021년 7월 진행한 퍼블리 제품조직 리더들의 인터뷰 아티클 전문을 브런치에도 공유합니다. 커리어테크 스타트업 퍼블리의 경쟁력은 '프로덕트'에서 나옵니다. 프로덕트를 중심으로 일하는 스타트업에서 개발자, 아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어떻게 일할까요? CPO 승국, VP of Engineering 신영, Tech Lead 재용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CPO 승국의 인터뷰로부터 이어지는 글입니다. 승국 인터뷰를 먼저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VP of Engineering 신영: 안녕하세요, 퍼블리의 엔지니어 조직을 총괄하는 VP of Engineering 박신영입니다.
앞서 승국님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얘기해주셨는데요. 퍼블리 엔지니어분들은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을 어떻게 줄이셨나요?
VP of Engineering 신영: 일단 기본적으로 퍼블리 제품조직은 '비동기 커뮤니케이션(asynchronous communication)'으로 협업해요. 아예 태스크 매니지먼트 툴 자체가 그렇게 세팅되어 있어요. 실시간으로 대화하려면(동기 커뮤니케이션) 서로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예를 들어 지라(Jira) 같은 툴을 쓴다고 했을 때, 엔지니어들이 작업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PM이 배포할 때 필요한 것들이랑 작업 시 주의사항들을 미리 리스트업 해두는 식이죠.
'문서'를 중시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작업하기 전에 어떻게 할 것인지 문서에 적어두면, 테크 리드(tech lead)가 문서 보고 우려되는 점을 댓글로 달죠. 작업에 대한 피드백도 문서로 주고받고요.
CPO 승국: 엔지니어 세상에선 '표준화'가 되게 중요합니다. '스탠다드(standard)'에 맞춰서 일하는 것. 그래야 비효율을 줄일 수 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엔지니어분들이 퍼블리에서 커뮤니케이션 툴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분들 아닐까 싶어요.
VP of Engineering 신영: 근데 이 표준화 작업을 언제 하느냐도 중요해요.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때마다 '스탠다드가 없으니 정하고 나서 진행합시다' 하면 거기서부터 늦어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작업할 땐 우선 작업에 집중하고, 추후에 논의 시간을 따로 정해둬요. 엔지니어링 챕터 회의에서 표준화를 한다든지, 부채처리 기간을 정해놓고 그때 몰아서 쌓여 있던 기술부채를 처리한다든지.
'부채 처리 기간'을 따로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CPO 승국: 엔지니어 조직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눠진다고 생각해요.
첫째, 기술 부채가 생기는지도 모르고 당장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급급한 조직. 이러면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만 고생해요. 그렇다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죠. 부채란 게 있는지도 모르니.
둘째, 기술 부채가 생기는 걸 인지하지만, 나중에 처리하자고 미뤄두기만 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조직. 마찬가지로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고생해요. 점점 더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딱히 별다른 방법이 없죠.
셋째, 기술 부채를 만들지만, 꾸준히 이를 개선해나가는 조직. 부채를 그때그때 처리하기 때문에 프로덕트가 복잡해져도 생산성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요.
우리가 추구하는 건 세 번째예요. 아키텍처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시면 돼요. 부채 처리 기간을 가지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프로덕트 안정성도 높아지고요.
VP of Engineering 신영: 분기에 한 번 정도는 2~3주씩 부채 처리 기간을 꼭 가져요. 부채 처리 기간을 따로 뒀을 때 좋은 점은, 스프린트할 때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아무리 우리가 아키텍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항상 100% 완벽한 아키텍처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애초에 우리가 아키텍처에 투자하는 이유도 '아키텍처의 완벽함'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생산성을 위해서고요.
부채 처리 기간을 두면, 자잘한 기술 부채가 생겨도 '이건 나중에 처리하면 된다'라는 마인드를 갖고 프로덕트 개선에 집중할 수 있어요. 프로덕트 변화로 인한 기술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죠. 그래야 변화를 줘서 내놓고, 소비자 반응 보고 다시 고치고, 이 이터레이션을 빨리 가져갈 수 있어요.
일하는 방식이 고도화되어 있는 만큼, 경력이 많지 않은 엔지니어는 적응하는 데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CPO 승국: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내가 해야 하는 것만 딱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에 만족하는, 그런 분도 있어요. 그럼 기능조직을 선호하시겠죠. 목적조직에서는 신경써야 할 게 많지만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을 테고요.
VP of Engineering 신영: 이전 조직에서 일할 때보다 커버해야 하는 게 많다 보니 초반엔 어려워하기도 해요. 다른 엔지니어 동료들처럼 모든 걸 신경쓰려다 보니 정신이 없는 거죠. 그럴 땐 매니저가 범위를 좁혀줘야 해요. 지금 꼭 안 봐도 되는 것, 다른 엔지니어에게 맡겨도 되는 것이 뭔지 짚어주는 거죠. 업무 볼륨을 좀 줄여줄 수도 있고요.
사실 신입 땐 자기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백엔드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면 프론트가 더 맞을 수도 있고. 그래서 이것저것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본인 커리어에 도움이 돼요. 어떤 게 나한테 맞는지 알 수 있으니까.
CPO 승국: 경험상, 경력이 있어도 오히려 더 헤맬 수 있어요. 자기가 오랫동안 한 프로덕트를 맡아왔던 분들은 '내가 이 프로덕트 전체를 다 알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페이스북의 전체 코드를 완전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어요.
'나는 이 프로덕트에 대해 잘 모른다'라는 전제하에 프로덕트를 바라봐야 덜 헤매요. 당장 필요한 것부터, 더 중요한 것부터 이해하면서 조금씩 깊이 들어가야죠. 방금 신영이 말한 것처럼, 그 가이드를 주는 건 매니저의 몫이에요.
온보딩을 통과한 엔지니어분들은 신영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던데요.
VP of Engineering 신영: 경력이 짧은 분일수록 자신감이 부족해요.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니까요. 그럴 땐 '여기서는 팀원들이 다 서포트해줄 수 있다, 걱정 말고 해봐라'는 얘기를 주로 해요. 불안해하면 다독여주고.
그리고 주니어들은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지, 뭘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학습 방향에 대한 가이드를 드리면 도움이 됐다고 하세요. 일을 하다 보면 요령은 생기는데, 기본기를 탄탄히 하려면 학습과 병행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기본기 공부하는 시간을 보장해드리려고 해요.
퍼블리의 조직문화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1:1 미팅인데요. 엔지니어분들과 1:1 미팅은 보통 어떻게 하세요?
VP of Engineering 신영: 제가 이것저것 많이 물어요.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요즘 힘든 건 없는지. 제가 회사나 인생에 대한 얘기를 먼저 많이 늘어놓기도 하고요. 제가 먼저 편한 얘기를 많이 해야, 상대방도 편하게 얘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엔지니어로서의 고민도 많이 물어봐요. 지금 하는 일이 본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으냐, 해보고 싶은 거나 배우고 싶은 거 있느냐. A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하시면 제가 아는 책이나 자료를 추천해주고 1~2주 후에 같이 얘기해보자고 하거나, 아예 학습 플랜을 짜보라고 해요. 제가 잘 모르는 분야면 같이 찾아보고 디벨롭시켜서 다음 1:1 미팅 때 논의하기도 하고요.
1:1 미팅도 그렇고, 매니징 시스템이 견고하게 짜여 있다는 게 퍼블리의 특징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성장 방향에 대해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거.
퍼블리에 입사한 엔지니어들이 일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포인트는 어떤 건가요?
VP of Engineering 신영: 제일 좋아하는 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아까 얘기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가능한 거죠. 엔지니어는 얼마나 방해 안 받고 몰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니까요. 겉으로 보기엔 잘 티가 안 나지만, 머릿속에서 막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툭 찌르면 다 날아가버려요. 엔지니어 입장에선 짜증나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이 안 생긴다는 거에 가장 만족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테크 리드'의 존재인 것 같아요. 처리해야 할 일들은 하루에도 몇 개씩 막 쏟아지는데, 엔지니어들이 거기에 신경쓰지 않을 수 있도록 급한 일들은 테크 리드가 다 막아줘요. 그래서 테크 리드는 집중해야 하는 일 대신 짧게 치고 갈 수 있는 일, 급하게 들어오는 일을 해요. 다른 직무 팀원들과의 대화 창구도 테크 리드가 담당하고요.
CPO 승국: PM이 '미니 CEO'라면, 테크 리드는 '미니 CTO'에 가까워요. 엔지니어들이 리드 없이 각자 PM과 커뮤니케이션하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든 테크 리드와 얘기하는 거죠. 테크 리드는 딱 보고 이게 백엔드 이슈인지, 프론트 이슈인지 판단해야 되고요. 기술 역량도 어느 수준 이상이 되어야겠지만 테크 리드에게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에요.
퍼블리의 테크 리드는 미니 CTO 역할과 함께, 엔지니어들의 매니저도 맡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니저 역량을 가진 엔지니어'는 앞으로 점점 더 밸류가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퍼블리 입사 후 매니저 커리어를 쌓고 있는 재용님과 좀 더 얘기해보죠.
다음 글에서는 퍼블리에서 테크 리드(Tech Lead)로 일하고 있는 재용이 '엔지니어가 왜 매니저 커리어를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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