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를 떠나 폴란드로(지옥의 버스)

라트비아 여행기 -7

by 박희성

아침에 눈을 뜨니 벌써 체크 아웃 시간입니다. 어제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놀다 보니 해가 중천에 뜨는 지도 모르고 골아 떨어졌습니다.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자유의 동상 앞으로 갔습니다. 올드 타운의 시작점에 있는 자유의 동상은 탈린의 자유의 기념탑처럼 라트비아의 독립 전쟁을 추모하기 위하여 만든 동상입니다. 높이 솓은 기둥 위에 서 있는 여인은 세 개의 별을 들고 있는데, 동상이 지어질 시기 라트비아의 세 지역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탁 트인 광장 한 가운데 서 있기 때문에 광장 어디서든 가장 높이서 세 별은 빛납니다. 자유의 동상 아래에는 라트비아 민족의 대서사시의 한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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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동상을 시작으로 올드 타운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색다른 경험을 준 리가를 떠날 시간입니다. 버스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올드타운을 돌아 다니며 몸을 지치게 합니다. 사실 몸을 힘들게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12시간의 버스 때문입니다. 12시간. 말로만 들어도 끔찍한데 긴 시간동안 할 수 있는 것은 잠 밖에 없어 보여 최대한 몸을 괴롭히는 중입니다. 올드 타운을 두 시간 가량 걸어다니고 리가 시장으로 돌아가 아이쇼핑을 하며 또 돌아다닙니다. 다리가 아프고 피곤해지니 이제 좀 걱정이 덜어집니다.


라트비아 식 전통 빵과 콜라를 사서 역 앞에 캐리어를 의자삼아 앉아 먹습니다. 갈매기가 가끔 달려와서 빵 쪼가리 던져 주기를 기다립니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나도 지금 먹지 않으면 언제 또 먹을 수 있는지 몰라. 갈매기들은 눈치도 없이 계속 치근덕 댑니다. 빵을 먹는데 어제 만난 시에나에게 연락이 옵니다. 시에나는 친구들과 탈린으로 놀러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하루만에 다시 만난 시에나와 다른 친구들과 인사합니다. 모두 언젠가 한국에서 만나기를 기원하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버스에 올랐습니다. 12시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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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를 출발한 버스는 두시간 만에 파네베지스라는 리투아니아의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버스 모니터의 영화를 보다보니 금방 도착합니다. 물을 사고 싶어 내렸지만 버스 정류장에는 자판기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실 에코라인 버스 안에 화장실이니, 먹을 것이니 다 있지만 어떻게 사는지 몰라서 휴게소에서 사려 했었습니다. 당당하게 물어보면 되지만 그러지 못하니 소심한 여행이지요. 두시간을 더 달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리우스에 도착해서야 겨우 편의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과 함께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 온 이후 버스는 또다시 출발했습니다. 12시즈음 되니 드디어 아까 몰아둔 피로가 한번에 터져 잠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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