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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민 Feb 09. 2016

미래일기, 눈물 흘리는 예능

예능 다큐는 진화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짧은시간 효과적으로 시청자 반응을 살펴 볼 수 있기 때문에 연휴기간을 이용해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올 설연휴도 어김없이 파일럿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다양하고 참신한 포맷이 쏟아지고 있는가운데, MBC 파일럿이 화제성, 시청률면에서 압승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래 일기"는 정규편성의 청신호를 쏘아 올릴만큼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임워프라는 소재를 통해 출연자들이 미래의 자신을 만나고 오는 여정.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보게 하는 획기적인 시도이다. 80세가 된 축구선수 안정환, 58세가 된 제시와 87세가 된 제시엄마, 그리고 77세가 된 노부부 강성연,김가온 부부까지. 나이도 설정도 의미부여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된 사실은 하나다. 모두 미래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80세의 독거노인이 된 안정환은 자신의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름이 늘어가고 배가 더욱 나온만큼 행동은 느려지고 생각이 많아졌다. 지하철에 탄 사람들, 초등학교 학생들은 더이상 꽃미남 축구선수 안정환을 알아보지 못했다. 잊혀짐이 슬픈 그이지만 그보다 더욱 슬픈 것은 혼자가 되었다는 것인 듯 보였다. 혼자 맞이하는 생일에 아무리 맛있는 음식, 멋진 떡케이크가 놓여있어도 맛이 있을리 없다. 잊혀져도 모를 순간들이 찾아온다는 것만큼 사람을 슬프게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지 않은 미래가 찾아온다는 것에 시청자들도 순간 가슴 먹먹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닌데 나에게도 반드시 찾아올 미래라는 것을 아는 순간 시청자들의 눈물은 쏟아 진다.

 제시 모녀의 만남은 그야말로 눈물과 웃음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멀리서도 늙은 엄마는 알아볼 수 있는 애틋함, 그런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속상함까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겉모습에 웃음이 터지고마는 아이러니는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힙합 소울은 그대로 유지한 체이지만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것은 역시 나이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나이들어도 젊게 살거야!" 라는 제시 엄마의 다짐은 서글픔에 대한 울부짖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또 공감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노부부 강성연-김가온 부부. 함께 늙어가는 것의 좋은 표본을 보여준 그들. 팔자주름이 깊어지고,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을만큼 얼굴이 쳐져가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다. 늙어버린 서로의 첫모습을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눈물이 터져나온 강성연의 진심은 그들이 이 상황극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을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맺어진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게했다는 것이 이 예능이 보여준 강력한 힘이 아닐까?

 지금 팔자주름이 깊어졌다고해서, 살이 조금 더 붙는다고해서, 생각이 조금 느려진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원망할 때가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예능. 무엇이 중요한지, 앞으로의 40년 후를 생각할때 무엇에 삶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예능. 웃음이 주가 아닌 오히려 눈물을 쏟게 하는 예능이 탄생했다는 것만으로 예능 판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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