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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민 Jan 19. 2016

쯔위 사태, 양안 정치 대립의 희생양?

대중국 의존도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

 중국 콘텐츠 시장은 전 세계 콘텐츠 시장 매출 규모 3위를 차지 할 만큼 거대 시장이다. 때문에 향후 중국 경제는 콘텐츠 산업, 문화 산업 등의 소프트 파워가 그 성패를 좌우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문화적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중국 정부도 자국의 우수한 문화적 배경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발 빠르게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사실상 문화자원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문화 산업과 문화상품 생산 등이 다소 열악한 상태이다. 때문에 중국은 미디어 강국인 동시에 미디어 약소국이라 평가 받고 있다. 


 중국의 실정은 사실상 한국의 콘텐츠 사업에는 큰 이득이 되었다. 덕분에 블루오션 같았던 중국 시장에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문화 생산물을 포함하여 공연, 투자, 공동제작물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하였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90년대 이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한류 문화 산업은 호재를 누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레드오션이 된 중국 시장에서 한류의 명성을 이어가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중국은 한류의 가파른 성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였다. 최근 불어 닥친 신한류 열풍에 제동을 걸기위해 2012년부터 <해외 영화드라마 수입 및 방영관리 강화에 관한 통지>법을 제정하여 한국 문화콘텐츠의 중국 시장 확대를 막고 있다. 특히 해외 저작물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여 해외 영화 및 드라마는 해당 방영채널의 일일 영화 및 드라마 총 방영시간의 25%를 초과할 수 없고, 프라임시간대인 19시부터 22시까지 방영 금지, 수입 드라마는 50부작 이내라는 중책을 만들었다. 2014년 만들어진 새 규제 정책에는 수입영상물의 모든 회차의 내용을 반드시 사전 검열 후 방영해야 한다는 것이 추가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드라마 사전 제작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 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생기자 올해부터 드라마의 대부분을 사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차이나 머니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차이나 머니, 중국 시장이 한국 콘텐츠 시장의 성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바로 JYP 소속 대만인 멤버 쯔위 사건이다.


 쯔위는 현재 양안(중국-대만) 정치의 쟁점 인물로 부각되며 큰 곤란에 빠졌다. 17세 대만인 쯔위는 한국 방송에 출연하여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대만 국기를 흔든 사진은 중국 네티즌들의 눈에 띄었고, 이는 중국내 “하나의 중국” 이념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비화되며 쯔위 사태를 촉발시켰다. 쯔위의 행동이 대만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행위로 간주되자 즉시 중국은 JYP 소속 가수의 중국 활동에 제동을 가하는 등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에 JYP 엔터테인먼트 사장인 박진영은 쯔위의 공개사과와 더불어 자신도 공식 입장을 통해 중국 인민들에게 즉시 사과했다. 쯔위는 중국이 하나의 국가임을 믿고 있으며, 경솔한 행동을 한 것에 사과한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박진영 사장은 중국 인민들의 공분을 잠재우기 위해서 인 듯 즉시 중국을 향해 사과를 했다. 쯔위 사태로 빚어진 2PM 공연 취소 등 수익 손실을 해결해보려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 때문에 대만 총선을 치루고 있던 대만 국민들에게 쯔위 사태는 더 큰 외교 문제로 비화되며 현재까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사태는 차치하더라도 박진영의 즉각적인 사과 조치는 대(對)중국 영향력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 어떠한 의미로 작용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다양한 스타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고, 중국의 물량 공세가 국내 스타들, 국내 스타 PD와 작가들의 중국 진출에 대한 부푼 꿈을 심어준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수출의 수익성에 대한 의존도가 한국 콘텐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이제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없으면 우리 콘텐츠 시장은 사장되어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만은 이미 중국 콘텐츠 시장의 하청기지로 전락해버렸다. 90년대를 호령했던 대만 콘텐츠들은 이미 사장되었고, 이제는 중국의 수요에 맞게 기술과 인력이 콘텐츠 제작에만 이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만의 현지 실정은 우리 콘텐츠 시장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생각하지 않은 체 현재의 콘텐츠 수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그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 내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와 기술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 방송 산업의 엄격한 규제로 최근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콘텐츠의 포맷 수출 및 원작 판매를 통한 현지 리메이크 제작 등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중 FTA가 협상되면서 한중공동제작의 기회와 제작 수요 또한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우리 콘텐츠 수출의 대 중국 의존도는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한중공동제작을 통해 우리의 콘텐츠의 기술력·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한중 문화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체 스타 마케팅으로 점철된 문화산업의 고질적 병폐까지 실질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문화산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이에 수반하는 법령 제정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심도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쯔위 사태, 단순히 양안 정치 대립의 희생양으로 치부해 버릴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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