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하다가 아빠 차를 놓친 건에 대해

by 푸하퐁

'킁킁... 잠깐, 이건 좋은 느낌이야.'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퍼지고 있는 설탕 냄새가 나를 부르고 있다. 벌써 며칠째 밥을 못 먹었는지 모르겠다. 먹은 게 없어서 나올 똥조차 없을 정도이다. 잘 먹고 잘 싸는 걸로는 어디 가서 지지 않은 나였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우리 집은 작은 마당이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청소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를 챙기는 일은 잊지 않았다. 성에 차지 않는 양이긴 했지만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밥을 주기도 했고, 털이 길어지면 벅벅 밀었다. 아마 털 속에 벌레가 생기지 말라는 배려였을거다. 유행을 따르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여름에 털 때문에 쪄 죽을 일도 없었다. 여름은 정말 지독하다. 게다가 가장 좋은 건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다. 가끔 TV에 보면 병원 가는 일로 고통받는 애들이 나온다. 가여운 것들... 한 번뿐인 견생에 병원을 수시로 들락날락거려야 한다니. 침대도 얼마나 폭신한지 모른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파고들어 자는 게 내 특기이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지내야 하는 강아지들이 있다고 하는데, 봄이 올 때까지 살아는 있는지 걱정된다. 그런 애들은 집이 없나 보다. 또 한 번 가여운 것들...

우리 가족은 여행도 자주 다니기 때문에 차를 타는 일쯤은 눈감고도 할 수 있다. 내 자리는 트렁크인데 나쁘지 않다. 똑똑한 나는 아빠가 '올라가'라고 해야 차에 오른다. 이런 건 아무 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 얼마 전 토요일에도 멋지게 차에 올라타서 얌전히 드라이브를 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참았던 쉬야도 하고, 시원하게 응가도 해결했다. 오는 길에 약간 고비가 있었지만 차에다가 실례할 정도의 코흘리개가 아니다, 훗. 다시 한참을 달리다 보니 창문 밖으로 반짝거리는 바다가 보인다. 역시 바다는 힐링이다.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저 파랗고 반짝이는 바다는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가 없다. 오랜만의 바다풍경에 나는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의 '내려'라는 소리가 들리고 그제야 차가 멈췄다는 걸 알았다. 이 날은 목적지가 멀었던 건지, 중간 쉬야 시간이 왔나 보다. 아직 조금도 마렵지 않지만, 어른스럽게 내려서 자세를 잡아본다. 휴게소를 출발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시간이 걸리는데, 내가 애를 쓰는 걸 알았는지 아빠가 목줄을 풀어주었다.

'아빠, 고마워요.'

조금만 더 힘주면 나올 것 같은데... 어! 됐다, 됐어!


부르릉..


이제 됐다고 생각한 순간, 아빠 차가 출발했다.


'아빠, 아빠? 엄마? 저 아직 차에 못 탔어요! 어서 멈춰요!'


아빠는 꽁무니가 빠지게 달리는 나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가버렸다. 이럴 수가. 나는 30초 전까지 해안도로 길가에서 쉬야를 하다가 갑작스러운 혼란에 빠져버렸다. TV에서 나오던 사고가 나에게 일어나다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했더라. 생각해 보자. 아니, 생각해도 소용이 없다. '가여운 것들'의 이야기는 나의 견생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일단 기다리자. 엄마랑 아빠가 여행을 가느라 들떴던 게 분명하다. 내가 차에 없다는 걸 잠시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고, 분명 금방 나를 데리러 올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팔뚝 정도만 한 아기 강아지였을 때부터 함께한 가족이니까. 영원한 우리 가족이니까. 반드시 데리러 오실 것이다.



'찾았다!'

오늘은 운이 좋다. 며칠 만에 찾아낸 건 츄러스 꽁지다. 달달함이 끝내준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흠이지만, 집에서 이런 음식은 먹을 수 없었다. 나의 건강을 격하게 걱정해 준 우리 아빠 엄마는 늘 개전용 사료를 주셨다. 싫었다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엄마 아빠가 먹는 달달한 냄새가 나는 과일이나 빵, 뭐 그런 것도 궁금했다(집에 혼자 있을 때 몰래 먹었던 건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다). 지금부터 또 얼마나 오랫동안 굶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손가락만 한 츄러스 꽁지를 아껴먹고 싶지만, 배고픈 본능은 이미 츄러스를 한 입에 뱃속으로 넣었다. 여기서 기다린 지 얼마나 지났을까? 대체 얼마나 멀리 가신 건지 아무래도 엄마 아빠가 아직 나를 두고 간 걸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