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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청 green blue Jun 07. 2024

비혼 아니었어? 갑자기 결혼이라니

30대 중반의 결혼 결심

"둘이 결혼 안 해?"

"언제 할 거야?"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며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나의 답은 항상 같았다.


"결혼 안 할 건데?"

"나 비혼주의야"


당연히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남자친구를 걱정한다. 


"걘 알고 있어?"

"결혼 안 할 건데 왜 만나?"

"그럴 수 있지. 지금은"


20대와 30대의 연애가 다른 것처럼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랐다. 20대 연애는 어떤 남자인지를 시작으로 선물 받은 거, 놀러 간 거,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가 주된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그리고 연애의 끝은 '이런 남자 다신 만나지 말아야지.'를 다짐하며 싫어하는 이성의 조건을 추가한다.

30대가 되면 연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줄어든다. 자만추 대신 소개팅 약속을 잡느라 바쁘고 AI가 된 것처럼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상대방의 외적인 것부터 시작해 직업, 나이, 성향 등을 친구들이 물어본다. 만난 지 6개월이 될 때쯤 한 명은 꼭 물어본다. '그래서 결혼할 거야?' 

시시콜콜 나누었던 연애는 어느 순간 '결혼'이라는 제도에 막혀버린다.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니.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겁이 나고 두렵고 싫었다. 나는 결혼 생각이 없는데 주변 사람도 결혼을 물어볼 정도면 상대방은 결혼에 대한 생각을 더 하겠지? 답답했다.


그렇게 30대의 연애는 실패를 거듭하며 비혼주의자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다.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하고 별 생각이 없던 나였기에 결혼(인생의 동반자)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외롭지가 않았다. 외로워서 결혼하고 싶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싶다 등의 이유는 더더욱 아니었다. 한 프로그램에서 배우 이보영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싶었던 31살이 지나고 조금 더 나한테 집중하니까 일하는 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요. 만약 서른 살에 정말 무모하게 결혼했다면 남편 하게 바라는 게 정말 많았을 거 같아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결혼을 결심했을 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내가 기대지 않을 수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맞아 바로 이거야! 

혼자의 삶이 재밌고 일을 하는 기쁨, 그리고 내 인생을 즐기기에 한 없이 바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이 어떻게 생각한 대로 흘러가겠냐 말인가?

그렇게 나는 2023년 퇴사를 했다. 1년의 방황과 고민을 끝내기 위해.

그리고 2024년,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음에도 결혼 생각을 하지 않던 내가 덜컥 예식장을 예약했다.

계획하지 않았고

결심하지 않았던

그날.



나는 비혼주의자에서 예비신부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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