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깨끗해지기에 시를 써요

오늘도 바람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by 모루

마음이 깨끗해 지기에 시를 써요

빛깔이 누렇게 뜬 두 눈을 씻으러
바다에 갑니다.
잠에서 덜 깬 갯강구가 발걸음에 놀라 허둥대네요
먼바다엔 이미 많은 배들로 만원이에요
이른 새벽엔 파도가 잔잔했나 봐요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 끄적끄적 시를 씁니다
왜 아무도 보지 않는 시를 쓰냐고 물으면 그저 헤하고 웃지요.
쑥스럽기도 하고 겸연쩍은 것도 있지만 화가의 몸짓이 그림이듯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이죠

살면서 가끔은 거짓말도 하고 말하기 싫어 둘러 댔던 내 모습을 시 앞에선 숨길 이유가 없어서지요
오늘도 바람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듣고만 있어도 세상을 다 알 것 같은 지혜를요

그 이야기 한 보따리 쌓이면 시를 쓰지요
산타가 선물을 나눠주듯 시를 쓰지요
그러면 복주머니 같은 내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요
내면이 살찌고 생각은 근육이 붙어 점점 단단해져만 가요

마음이 깨끗해 지기에 시를 써요
두 눈에 깃털 같은 눈이 사르르 내리고
내뿜는 입김이 얼어붙어 문자 되어 떨어지면
노트엔 싱그러운 열매가 맺히죠
가능성의 나무에는 싹이 돋아나죠

푸르름을 내뿜으며 나는 창공으로 흩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