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만약 생각지도 않은 목돈이 생긴다면 서점에 들러 시집을 살 거예요 마음에 드는 시는 오려서 네 개의 벽을 장식할 거예요 시집은 반으로 펴서 창공에 날리고요 문방구도 들려 화방을 살 거예요 시에 알맞은 그림을 그리고 가장 큰 작품은 접어서 배 한 척을 바다에 띄울 거예요 그러면 시어는 별이 되어 온 사방을 비추겠죠
나는 빈 행간 사이로 노를 저으며 항해의 노래를 부를 거예요 시어의 출렁대는 운율 타고 시상의 멋진 이미지에 춤추다 보면 시인의 밀어를 들을 수도 있겠죠
혹여나 내게 다시 사랑이 움튼다면
그건 시집을 산 덕분이겠죠 그건 시로 세상을 장식했기 때문이겠죠 그건 나의 시로 배 한 척 띄운 까닭이겠죠 백배나 더 큰 거인이 된 세상의 항해사이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