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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1 - 이문열

이문열 초한지 1 - 짧은 제국의 황혼

by 펄서까투리

제목: 초한지 1

부제: 짧은 제국의 황혼

저자: 이문열

출판사: (주)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2020년 10월 20일 (개정신판)


1. 박랑사에서 암살에 실패한 후 더 큰 대의를 위해 몸을 숨긴 장량을 보며 느낀 점.


개인적으로는 초한지 주요 책사들(장량, 범증, 소하, 한신) 중에는 어릴 때는 인생이 극적이었던 한신을 제일 좋아했다. 그러나 먼가 나이가 들고나니 섬기던 군주를 승리로 이끌면서도 천수를 누린 장량이 제일 좋아졌다. 이문열 초한지에서는 첫 이야기가 장량의 젊은 시절, 한나라 귀족 출신으로 이름도 희량이었던 시절의 장량의 시황제 암살시도로 시작된다.


장량은 창해역사(창해군으로부터 소개받은 역사라는 뜻)와 함께 암살을 시도한다. 처음엔 진시황이 타고 다닌다는 온량거라는 황제의 수레를 노렸으나, 진시황이 암살을 방지하기 위해 행령에 온량거 여러 대를 배치하여 어디에 타고 있는지 알 수 없게 하였고, 창해역사는 기만용으로 선두에 둔 빈 온량거만 부수고는 그 자리에서 진나라 병사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 모습을 보고 일개 선비였던 장량도 같이 장검을 뽑고 달려들어 장렬하게 죽고자 하였으나, 애초에 창해역사가 뛰쳐나가기 전에 장량에게는 '일의 성패를 지켜본 뒤 자신의 암살이 성공할 시에는 세상에 알리고, 만약 실패하면 도망간 뒤에 꼭 후일을 도모하여 반드시 진시황을 죽여달라' 부탁하였기에, 장량은 다시 마음을 잡고 후일을 도모하며 도망간다. 이후 장량은 끝내 유방의 책사가 되어, 결국에는 진나라를 망하게 하였으니 그 약속을 지킨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보며 느낀 점은 후일을 도모하는 것과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의 차이를 아는 것이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창해역사는 그 순간에 목숨을 바쳐 암살을 시도함으로써, 반 진나라 세력들에게 동기를 주었고, 장량은 뛰어난 책사인만큼 그 자리에서 괜히 따라 뛰어들어서 허망하게 같이 죽기보다는 박랑사의 암살자라는 명분을 얻고 끝내 진나라의 멸망 후 유방을 올리고 한나라를 끝내 통일 왕조로 세웠으니, 장량과 창해역사 모두 적절한 시기에 본인의 역할을 잘 수행한 것이다.


물론 나는 초한지 시대와 같은 난세의 사람은 아니고, 이른바 현대 문명인이라 목숨을 걸 일까지는 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지금 이 시기에 책임을 지고 희생을 할 역할인지, 굴욕을 견디고 참고 후일을 도모하는 역할인지 잘 알아차릴 수 있을까 싶다. 중요한 건 나 개인을 위한 선택(사리사욕)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선택(대의)을 한다는 것인데.. 나에게 그러한 시기가 왔을 때 적절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2. 어릴 적부터 무예에 재능을 보였던 항우와 달리, 유방의 알 수 없는 타고난 리더십은 현대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삼국지의 유비보다도 더 신기한 사람의 유방같다. 사실 항우는 비록 잔인하긴 했지만, 그 개인의 무예 말고도, 통솔력까지 있어서 끝내 유방에게 지기는 했지만 리더로서의 자질이 납득이 된다. 다만 유방의 경우, 특별히 귀족이나 진나라에게 멸망한 왕족 출신도 아니고, 삼국지의 유비처럼 특별히 인덕에 대한 언급도 없이, 이 책에서 나오지만 오히려 젊은 시절에는 그냥 한량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많은 인물들이 따랐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유방의 능력? 역량을 어떻게 현대적을 해석할 수 있을까 고민은 된다. 물론 지금의 독재국가들 독재자들이 그렇듯 그냥 승리하고 나서 선전되고 포장된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왕정시대의 황제인데 우상화야 심하면 훨씬 심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일개 촌의 건달이나 혹은 좋게 포장해도 자경단 정도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유방의 역량은 아무리 봐도 스스로 뛰어난 책략가나 위대한 장군도 아니었고, 사람을 따르고 이끌게 하는 이른바 리더십 역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량, 소하, 한신, 번쾌 같은 인물들이 개인적인 능력들만 보면 유방보다 뛰어나 보인 인물들이 모두 따랐던 그 근원은 무엇일까 싶기도 하다.


사실 나도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지금 이제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단계이고, IT스타트업쪽 업계에 있어서 남들보다 조금 빠른 시기에 팀장 경력도 가지고 있다. 다만 팀장을 직접 해보니,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것이 리더십이 중요한 것 같은데, 앞으로 초한지를 읽으면서 항우와 유방 등을 비교하며 나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자 한다.


3. 귀곡으로 돌아온 범증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내가 춘추전국 시대의 사람이라면 제자백가 중 어떤 학문(or 사상)을 배웠을까?


범증이 본인이 병가와 종횡가에 더해 여러 학문을 배운 곳인 귀곡을 이야기하면서 춘추전국 시대의 제자백가의 인물들 손빈과 방연, 소진과 장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이 에피소드의 주 이야기는 나이 든 범증이 진나라가 언제 망하고 본인이 공부한 병가와 종횡가의 지식을 세상에 쓸 수 있는지 과거 친구였던 남공에게 묻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냥 제자백가의 어떤 종류가 있었는지 챗GPT에게 물어서 공부하는 시간이라 재미있었다.


어릴 때는 유가, 법가, 병가 등만 알았으나, 이번 책을 읽으며 사랑을 강조하는 묵가, 지금으로 따지면 정치 외교학인 종횡가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춘추전국 시대이면 우리나라는 아직 고조선으로 제대로 된 역사 기록도 없던 시절인데, 그 시절에 벌써 지금의 대학교의 여러 학문들처럼 제자백가라는 말 그대로 백가지 학문 분야가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 했다. 확실히 지금의 중국은 어떨지 몰라도, 중국의 오랜 역사만큼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현재 현실에는 이공계이긴 한데, 만약 내가 춘추전국 시대 인물이라면, 그리고 단순히 농부의 아들은 아니어서 학문을 배울 수 있는 위치였다면 제자백가에서 어떤 학문을 배웠을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도 나는 이공계이고 책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철학보다는 현실적인걸 좋아해서 아마도 종횡가가 제일 재미있었을 것 같다. 각 국가 간의 균형을 비교하며 분석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각국 군주를 설득하게 커뮤니케이션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2025년 3월 29일 토요일, '빌리스커피하우스 목동'에서.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북로 8라길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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