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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Aug 28. 2020

` 재즈를 듣는 남자 `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1

 나는 자영업자입니다. 옷을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자영업에 비해 옷을 다루는 것은 깨끗하고 단정한 느낌을 줍니다.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주얼리 판매점이나 신발을 판매하는 양화점 같은 곳이 동종의 업체들인 셈인데 이런 곳의 종사자나 사장님들은 비교적 멋을 잘 알고 멋 부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패션업에 종사해서 늘 꾸미고 가꾸고 치장하는 것이 생활화돼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어느 도시나 시내의 중심에는 패션과 관계되는 업종이 중심을 이루고 그 주변으로 먹거리나 오락실처럼 즐기는 업종이 자리하게 됩니다. 오래된 도시의 거리일수록 골목이 잘 발달돼있고 좁은 골목마다 강의 본류로 연결되는 지류처럼 자잘한 상점들이 빽빽하게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그 좁다란 골목은 썰렁하게 비어있고 훼손된 간판만 남아서 자취를 알려줍니다. 다양한 업종이 불을 밝히던 거리는 비슷한 업종만 몇 남아 드문드문 불을 켜놓은 채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중소 도시는 신시가지 개발로 인해 상점가를 이루던 상당수의 건물들이 비어있습니다. 오래된 도심의 거리는 많이 황폐화된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을 모았던 시내의 중심지는 과거의 흔적만 가득할 뿐입니다. 가족들끼리, 친구나 연인들로 붐비던 거리는 쇼핑몰에게 역할을 내준 지 오래됐습니다. 단지 십 대의 학생들이 자리를 메꾸면서 성장기의 놀이터처럼 지내다가 대학을 가거나 직업을 구해서 하나 둘 떠나면 또 다른 십 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오래된 도심 거리는 철새들이 머무는 강 같습니다. 방학을 하면 철새들이 떠난 들판처럼 한산하다가 다시 새로운 계절이 오면 등교하는 학생들로 분주해집니다. 새로 온 철새들이 자리다툼으로 서로의 영역을 나누어 가지듯 학생들도 골목을 차지하려는 기싸움도 하고 가끔은 몸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면해야 하는 업종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며칠 전 서울의 집회로 인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전국으로 퍼진 듯합니다. 내가 사는 이 작은 도시에도 확진자가 나왔고 그 여파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매일 확진자의 동선이 문자로 전송되고 일상의 궤적에서 확진자와 마주친 사람들은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의 자가격리 소식을 듣거나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될 때마다 불안감과 공포는 증폭되는 것 같습니다. 활동을 최소화하고 만남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뉴스는 매일 코로나 19의 상황을 전시의 브리핑처럼 토해냅니다. 그래픽 글씨의 붉은색은 위기감을 돌게 하고 매일 치솟는 숫자는 공포의 수치입니다. 거리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강제휴가에 들어갔습니다. 임대가 붙어있던 매장들 사이로 `코로나 19로 인해 휴무합니다.`라고 쓰인 종이가 군데군데 보입니다. 나는 문을 닫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뿐인 직원은 이번 주에 이틀을 쉬었지만 주말에도 하루 더 쉬라고 말해두었습니다. 


 평상시 아침마다 들렀던 골프 연습장은 시에서 내린 행정명령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매일 가던 목욕탕도 마찬가집니다. 이 두 곳은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지나왔던 공간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공백이 생겼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비어 버렸습니다. 하루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습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이 되면서 어색함이 찾아왔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채울 것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좀 우울해진 느낌도 들었고 무기력해지기도 했습니다. 

 오전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습니다. 요즘은 듀크 엘링턴과 냇 킹 콜,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를 즐겨 듣습니다. 낮시간에는 최신 유행 음악으로 바꿔놓습니다. 젊은 손님이 찾아오는 매장이라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어야 합니다. 최신 트로트도 자주 흘러나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직업으로 바라보고 듣고 있습니다. 직업과 취미는 다르니까요.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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