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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Aug 29. 2020

`거북은 물속에서 춤춘다`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2

거북이는 코와 눈을 물 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발은 수직으로 세워진 어항의 벽면에 붙인 채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어항의 물을 갈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고 물었다. 욕조의 물은 정수기 구조의 자갈과 모래가 섞인 여과통을 지나 들어간다. 시원하고 신선한 물이 들어가자 어항의 물고기와 거북이는 신나서 물속을 배회하고 있다. 특히 거북은 위아래로 오르락 거리며 즐거움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새 물을 갈아 주면 흥분해요" 아주머니는 이미 알고 있다. 

 

 빼꼼히 코를 내밀고 있던 거북이가 벽 쪽에 붙은 발을 뗀 것인지 물속으로 부드럽고 가볍게 가라앉아 바닥으로 내려간다. 바람 없는 허공에서 떨어지는 잎처럼 천천히 그리고 무연히.

 바닥을 천천히 걷던 거북이 속도를 조금 내더니 앞발로 자신의 얼굴을 때린다. 오른발로 한 번 왼발로 한 번, 번갈아 가면서 얼굴을 친다. 전혀 아픈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뒷발로는 위로 오르면서 앞발로 얼굴을 때리는 행위는 거북의 기분이 몹시 좋다는 표현일까. 그건 어쩌면 춤 같은 것일지 모른다.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어찌하지 못할 때 몸으로 표현하는 리듬의 몸짓.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임계점 같은 것.


거북은 커다란 등껍질을 숙명처럼 이고 짧은 발과 짧은 목으로 좁은 어항을 누비고 있다. 간혹 물고기를 잡기도 하지만 벽에 붙어있는 우렁쉥이를 찾아가 무언가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렁쉥이 옆에 붙어서 한참을 머물다 물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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