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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Mar 04. 2022

아무나 누구나 할 수 없는 `홀인원`

 < 장보구의 빨간벙커 >

 얼마 전 박성현 선수가 연습라운드 중 홀인원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화된 내용은 SNS를 통해 알려졌는데 절을 하는 장면과  “21살인가 22살 이후로 드디어 오늘 HOLE IN ONE(홀인원)”이라는 글과 함께 ‘홀인원’, ‘여덟 번째’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홀인원 소식을 전했다. 한 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박성현 선수는 최근까지 부진하여 마음고생이 심한 듯한데 이 홀인원으로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피닉스 오픈에서도 7년 만에 샘 라이더의 홀인원이 나왔다.`콜로세움`이라 불리는 16번 홀(파3)에서 샘 라이더의 공이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가자 지켜보던 2만여 명의 갤러리들은 맥주컵과 음료 깡통을 던지며 순간의 광란에 빠져들었다. 그린과 그린 주변에 떨어진 캔과 이물질을 치우느라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고 경기가 끝난 뒤 샘 라이더는 " 마치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기분이었다 "라고 말했다.

 홀인원은 한 방의 카운터 펀치처럼 강력한 전율을 준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야구 경기의 홈런처럼, 경기 종료 시간을 알리는 버저 소리와 함께 던진 슛이 바스켓에 꽂히는 순간처럼, 인저리 타임에 터진 축구의 골처럼 열광하게 만들고 흡인력이 있다. 

 아마추어에게 홀인원은 `행운의 상징`이다. 그것은 미신 같은 것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홀인원을 얘기할 때 그래서 확률을 말한다. 프로 선수가 1/3000이고 아마추어는 1/12000이라고 한다. 보험 회사에서는 이 어려운 확률도 금방 일어날 일처럼 광고를 하지만 평생 골프를 친다 해도 한 번도 못한 아마추어가 훨씬 많다. 물론 골프는 우연성과 의외성이 있어서 어떠한 상황이 연출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대개는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골퍼가 사고를 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도 그런 경우를 직접 목격했다. 

 겨울이었고 바람도 제법 불어서 쌀쌀한 날씨였다. 몸은 추위에 떨어서 경직되기도 했지만 동반한 사람이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색하지 않고 `굿샷`을 외쳐주고 있었다. 초보때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에이밍 `일 것이다. 본인은 바르게 정렬한다고 서있어도 뒤에서 보면 오른쪽을 보고 있기 마련이다. 몇 번을 설명해 주지만 매번 다른 상황이라 습득이 쉬운 건 아니다. 친절한 가르침도 계속하면 잔소리가 되고 반복되면 간섭이 된다. 에이밍 스틱을 들려주면서 그것으로 방향을 맞추라고 알려주고 혼자 하도록 해야 한다. 가장 좋은 학습법은 스스로 파악하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파 3홀에서 티샷을 준비하면서 에이밍 스틱으로 방향을 맞추더니 샷을 한다. 공은 탑핑 성으로 맞아 낮게 날아간다. 방향은 좋다.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다행히 잔디는 죽어있어서 지나가는 공을 잡지 않는다. 덤불을 빠져나온 공은 무사히 그린에 오르더니 거침없이 굴러간다. 딱딱하고 마른 겨울 그린이다.

"  어, 어, 어 ~ 들어간다.  " 

"  홀인원 ~ "

그린에 올라 구르던 공은 홀에 꽂힌 핀을 맞더니 사라진다. 샷을 한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멍하니 있고 동반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법석을 떤다. 잠시 뒤 그린에서 홀 속에 든 공을 보고서야 샷을 한 새내기는 실감이 났는지 좋아한다. 홀 속에 빠진 공을 보고 절을 하고 우리는 나란히 서서 기쁨을 만끽하며 사진을 찍었다. 라운드가 끝나자 우등상처럼 생긴 홀인원 증명서와 복주머니를 받았다. 복주머니에는 홀에 빠져있던 공이 들어있었다.

 아마추어에게 홀인원은 이처럼 실력보다 운이 따르는 경우도 흔해 ` 행운의 상징`이 되고 `3년간 재수가 좋다`고 축하하며 `운 좋은 사람 기를 받자`고 악수를 청하는지 모른다.  

홀인원을 하면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엎드려 절을 한다. 그 절을 정확히 누구에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캐디는 `산신령님 `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종교가 있건 없건 절하는 것은 공통인 것 같다. 누군가는 ` 골프 신에게  `, `절하면 좋겠지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확실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절은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을 표하는 자세를 취한다. 거기에는 자신을 낮춰서 바라는 바를 얻고자 하는 염원이 깔려있다. 절을 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모두 다르겠지만 그 공통됨은 간절함이 아닐까. 그 간절함이 사람을 엎드리게 하고 우연히 홀에 들어간 공을 보고 절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났듯이 앞으로도 그런 행운으로 살아가게 해 달라고. 


 골프에서 우연과 의외성에 의존하여 라운드를 하게 되면 산책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산책하는 기분으로 페어웨이를 걸으면서 힐링이 된다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러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모든 운동이 그러하겠지만 골프도 수준에 오르면 매 샷이 귀하고 절실하게 된다. 한 번의 스윙으로 홀인하는 홀인원은 요행이나 운으로만 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를 변모시킨 시간이 있을 것이다. 돈오점수[頓悟漸修]의 기다림과 노력에 행운이 더해져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행운은 간절함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박성현 선수의 행운이 올해는 남다르게 빛나기를 기대한다.



[장보구의 빨간벙커] '홀인원 행운' 박성현 선수, 2022시즌 남다르게 빛나길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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