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기
2024년 3분기에 저희 래티스의 멤버 수는 10명이 되었고, 당시의 변화에 대해 창업기 콘텐츠로 작성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약 반년이 지난 2025년 5월에는 팀 규모가 15명까지 늘었고, 그 사이에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저는 특히 멤버 분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팀이 작을 때는 대부분의 식사나 실무를 모두 함께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질수록 현실적으로 점차 예전만큼 모든 분들의 업무를 잘 파악하거나 모든 분들과 가까이 지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즉 팀이 커질수록 매니저로서의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 것인데요. 오늘은 2025년 상반기에 제가 매니저로서 했던 고민과 변화에 대해 한번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지난 타임라인>
- 25. 1. 7. 솔루션팀 별도 오피스로 출근 시작
- 25. 2. 3. 솔루션팀 1차 프로젝트 테스트 서버 구성
- 25. 3. 7. 프릭스 2.0 UI 업데이트 마무리
- 25. 3. 10. 솔루션팀 1차 프로젝트 운영서버 배포
- 25. 3. 13. 팀별 리드 체제 도입
- 25. 3. 26. 정보보호 국제 표준 ISO 27001 인증 획득
- 25. 4. 4. 프릭스 2.0 UI/UX 업데이트 프로젝트 완료
2025년 상반기에 팀이 커지는 과정에서 제가 코파운더이자 대표이신 상원님으로부터 가장 주요하게 요구받은 것이 바로 '적절한 위임'이었습니다. 제품과 팀이 성장할수록 해야 하는 일은 늘어가는데 업무가 적절하게 위임되지 않으면 리더가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회사 측면에서도 한 명의 개인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점차 조직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조직 차원에서도 업무가 적절하게 위임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상원님의 주도로 조직 구조가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기존까지 각 팀의 리드 역할을 상원님과 제가 나눠서 맡았다면, 이제는 각 팀에 팀 리드를 두는 중간관리자 체제로 변화한 것입니다.
우선 제품의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로스팀'은 실행력이 뛰어난 덕진님이 상원님 대신 리드를 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SI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솔루션팀'은 기존에도 솔루션팀 개발 팀장으로서 어느 정도 리드 역할을 하고 계셨던 래티스의 첫 멤버이자 든든한 시니어 엔지니어인 두영님이 저 대신 정식으로 리드를 맡아주셨습니다. 계약관리 CLM 프릭스의 기획 및 개발을 주도하는 SaaS팀은 래티스의 두 번째 멤버이자 엄청난 속도의 성장을 보여주신 용우님이 저 대신 팀 리드를 맡게 되셨습니다.
팀 리드 체제가 된 이후에는 각 팀 리드 분들과 상의하고 함께 고민하며 팀을 이끌어나가고, 업무 분배나 스프린트 운영 등 그동안 팀 내에서 제가 맡던 실무도 하나씩 리드 분들에게 위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리드 분들이 함께 열심히 노력해 주신 덕분에 리드 체제가 잘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저는 큰 틀에서 제품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동시에 실무적으로는 개발자가 부족한 SaaS팀 내에서는 테크 리드로서 기술 방향을 제시하거나 난이도 있는 개발을 함께하고, 기획자가 부족한 솔루션팀 내에서는 발주사 측과 소통하며 제품 설계에 대해 논의하는 업무를 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팀 리드 체제가 되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팀 멤버 분들의 성장에 대해 리드 분들과 함께 고민하며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창업하기 전에 책과 글로 리더십에 대해 생각했을 때는 좋은 팀을 만들고 위임한다는 것이 단순히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고 그 사람에게 모두 믿고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이에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위임을 하기 앞서 멤버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역량을 잘 파악해야 하며, 위임을 하더라도 어떤 일을 어떻게 위임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임은 실무를 놓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팀이 커지면서 멤버 분들에 대한 피드백 내용과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팀원들과 매달 일대일 미팅(1-on-1)을 진행하며, 지속했으면 하는 점을 비롯하여 개선하거나 새로 해보았으면 하는 점에 대해 Continue/Stop/New 형태로 피드백을 드리거나 목표 및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팀이 커지고 업무를 위임할수록 모든 분들의 실무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드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여전히 바람직한 피드백 및 일대일 면담의 방식과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지만, 우선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 리드 체제가 된 이후에는 저는 격월로 일대일 미팅을 진행하고 리드 분들이 매달 일대일 미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실무에 대해서는 멤버 분들과 더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시는 팀 리드 분들께 피드백을 위임하고 저는 다른 측면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하던 시점에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의 내용 중 두 가지가 크게 와닿았습니다. 하나는 바로 완전한 솔직함에 대한 내용인데요,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흔한 말이지만 이를 사분면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불쾌한 공격처럼 들리지 않게 하려면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도대체 어떤 말이 개인적인 관심이 담긴 의도로 잘 전달될 수 있을지 더 고민해 보았는데, 피드백의 주된 목적이 자기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불편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네가 성장하길 바라서' 어떻게 해보면 좋겠다는 말은 같은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더라도 매우 다르게 들릴 수 있고,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겠지만) 진짜 상대방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면 완전한 솔직함으로 잘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내용은 인재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는 인재를 크게 '슈퍼스타'와 '락스타'로 구분하였습니다. 슈퍼스타는 성과가 좋고 동시에 성장 속도도 빠른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하단 이미지 상의 우상단 영역) 그리고 락스타는 성과가 좋고 비교적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하단 이미지 상의 우하단 영역)
저자는 회사 내에서는 슈퍼스타와 락스타가 적절한 비율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슈퍼스타는 빠르게 성장하는 대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원하는 것이 없을 때 빠르게 회사를 떠날 수 있고, 락스타는 비교적 성장 속도는 느리더라도 회사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같은 사람이더라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락스타에서 슈퍼스타가 되거나 슈퍼스타에서 락스타가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원하는 성장 속도에 맞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추가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성과 측면에서 가운데에 속하는데, 이때 적절한 피드백과 동기부여를 통해 우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성과가 높지 않은데 성장이 더딘 사람들과는 빠르게 헤어지는 것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다만 이때도 개인적인 관심을 놓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문화나 상황과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잘 헤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해당 내용을 읽고 피드백의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슈퍼스타'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래티스에서 함께하는 모든 멤버들이 슈퍼스타나 락스타가 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팀원 분들의 현황에 대해 잘 파악하여 락스타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중간 성과자의 성장 및 동기부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저성과자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현재는 멤버 분들과 일대일 면담을 할 때 서로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 명 한 명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 5월 타임라인>
- 25. 4. 4. 프릭스 2.0 UI/UX 업데이트 프로젝트 완료
- 25. 4. 11. 전략회의 시작
- 25. 4. 25. 누적 계약서 5만 개 돌파
- 25. 4. 24 ~ 4. 26. 2025 WIS 참가
- 25. 5. 22. 솔루션팀 2차 프로젝트 중간보고
항상 글을 완성하고 읽어보면 뭔가 있어 보이게 정리되지만, 돌이켜보면 제 부족함으로 인한 시행착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잘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상원님을 비롯한 래티스 멤버 분들 덕분인 것 같은데요. 때로는 상원님과 코파운더 동료로서 함께 논의하고, 때로는 상원님이 사수로서 좋은 피드백도 많이 주시고, 때로는 팀 리드 분들과 함께 고민하거나 팀 멤버 분들과 함께 실무를 하면서 저도 다양한 방면에서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한 점도 많고 앞으로도 분명히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래티스 멤버들과 함께한다면 다 같이 더욱더 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앞으로의 래티스에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