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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기 18. 초기 스타트업의 '3 & 10 법칙'

재하 창업기

by 이재하

조직에는 '3과 10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조직의 규모가 3과 10의 단위로 커질 때마다 조직 문화에 변화가 생긴다는 의미인데요. 조직이 10명일 때, 30명일 때, 100명일 때, 300명일 때 각각 문화가 달라져야 그다음 단계로 원활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3과 10의 법칙을 듣자마자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10명대 규모의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약 60명이 될 때까지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도 팀원이 30명 전후인 시점에 조직 문화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래티스 역시 3월에 Pre-A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이후 조금씩 팀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약 10명 규모까지 성장했고, 3~5명일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앞으로 더 개선되고 발전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나름대로 지금까지 팀의 성장에 따라 적절하게 잘 변화해 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팀이 성장함에 따라 저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경험에 대해 다루어 보았습니다.


<지난 타임라인>

- 24. 4. 17~19. World IT Show 참가

- 24. 4. 24. 신한퓨처스랩 10기 선정

- 24. 5. 7. HR/GA 매니저 첫 출근

- 24. 6. 3. 팁스(TIPS) 선정

- 24. 6. 13~14. NextRise 참가

- 24. 6. 27. 청년기업가대회 우승


래티스의 3 to 10

2023년 상원님과 함께 래티스를 창업한 이후, 8월과 11월에 각각 시니어 엔지니어와 주니어 엔지니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래티스는 한동안 인턴 한 분을 포함하여 4~5명 규모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이 되어서야 새롭게 HR/GA 매니저가 합류하셨고, 7월에 네 분을 모시게 되면서 팀은 약 10명 규모로 커졌습니다.


새롭게 합류하신 분들은 정말 팀에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그간 사람이 적어서 못하고 있던 업무들을 챙길 수 있게 되었고, 팀과 서비스 모두 점차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열정을 갖고 팀에 활력을 주는 멤버 덕분에 더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체계적인 분석 능력과 빠른 실행력을 가진 멤버 덕분에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든 분들이 래티스와 잘 맞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합류 후에 저희와 핏이 잘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헤어지게 된 분도 있었습니다.



채용의 변화

팀의 규모가 조금씩 커지는 과정에서 가장 실감되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채용입니다. 예전에는 한 명씩 가끔 채용하다 보니 추천이나 소개를 통해서 좋은 분들을 비교적 빠르게 모실 수 있었는데, 구성원이 늘어남에 따라 채용의 난이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문화적으로 잘 맞지 않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채용하게 되거나, 어렵게 채용한 멤버가 금방 떠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문화적으로 잘 맞지 않았던 분과는 빠르게 헤어지게 되었고, 떠나게 된 멤버도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헤어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려웠고 멤버가 떠날 때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러한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팀은 더욱 단단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 멤버들이 뛰어나고 좋은 분들인 만큼, 계속해서 그러한 기준에 맞는 분을 모시기 위해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저희는 여러 과정을 겪으며 채용에 대한 기준을 잡아나갈 수 있었고, 지금도 항상 인재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8월 16일에는 워크숍으로 다 같이 서바이벌을 했다.


문화의 변화

팀의 규모가 3명에서 10명이 되면 점심시간부터 바로 변화가 나타납니다. 3~5명일 때는 매번 같이 식사를 하러 나가는데, 10명쯤 되면 다 함께 점심을 먹기가 어려워집니다. 같은 식당에 가더라도 테이블을 붙여서 앉기가 어렵고, 다 같이 붙어 앉더라도 모두가 동일한 주제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점심식사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3명이 협업하기 적합한 업무 방식과 10명이 협업하기 적합한 업무 방식은 다르며, 저희는 그때그때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우선 래티스에서는 매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모여서 간단하게 전날 했던 일과 당일 할 일에 대해 공유하는 데일리스크럼을 진행하는데, 멤버가 약 6명이 된 시점부터는 비즈니스팀과 프로덕트팀을 나누어서 데일리스크럼을 진행하였습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데일리스크럼에 시간이 더 소요되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팀이 작을 때는 어제 어떤 기능을 개발했고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공유해도 문제가 없지만, 멤버가 많아지고 여러 직무의 사람들이 함께하다 보면 그 정도로 자세하게 공유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5월에는 프로덕트팀에 애자일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애자일 방식이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여 고객의 요구사항 및 변화된 환경에 맞게 개선해 나가는 탄력적인 제품 개발 방법론으로, 디자이너 및 개발자가 단순히 작업해야 할 기능을 전달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작업에 대해 논의하고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1~2주 주기로 스프린트를 진행하고 회고하며 팀 규모가 늘어나도 속도를 유지하며 제품을 빠르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저희는 팀의 규모에 맞는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도입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저희의 핵심 문화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고객 지향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문화인데요. 저희는 앞으로 팀이 30명이 되고 100명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고객 지향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며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업무의 변화

약 3명이던 작은 조직이 10명 규모로 커지게 되면 구성원들의 업무 영역 또한 넓어지게 됩니다. 보통은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세부적으로 더 좁은 영역의 업무만 하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극초기 규모에서는 오히려 업무의 범위가 늘어나게 됩니다. 3~5명일 때는 사람이 부족하여 당장 눈앞에 닥친 일만 하기에도 벅찬데, 사람이 늘어나면 그동안 챙기지 못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시급한 기능 개발만 했다면 이제는 조금씩 사용성 개선 작업과 인프라 고도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영업 측면에서는 서비스 소개서를 다듬고 새로운 영업 전략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 단위 문서로 업무를 관리하던 방식에서 주 단위 문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3분기 타임라인>

- 24. 7. 15. 팀 회의 방식 변화 : 주 단위 문서로 데일리 진행

- 24. 8. 16. 팀빌딩 워크숍

- 24. 8. 31. 프릭스 2.0 시작

- 24. 9. 10~12 클라우드 엑스포 부산 참가

- 24. 9. 25. 계약서 10,000개 돌파


팀이 커지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리더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3~5명 규모에서는 코파운더라고 하더라도 실무자에 가까웠는데, 구성원이 늘어남에 따라 매니저로서의 역할과 책임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더 많이 신경 쓰게 되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더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기 위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금도 매달 주기적으로 팀원들과 일대일 미팅을 하고, 적극적으로 코드 리뷰에 참여하며,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뭔가 크게 달라진 것처럼 말하긴 했지만, 사실 저희는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팀과 서비스 모두 계속해서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다양한 업무와 많은 고민을 하게 되겠지만, 래티스 멤버들과 함께라면 앞으로의 일도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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